목록을 정리하다 보면 처음 보는 출판사 이름이 눈에 띕니다. 한 해 사이에 그런 이름이 손가락으로 세다 놓칠 만큼 늘었더군요.
손님들도 물어보십니다. 이 출판사 들어본 적 없는데 괜찮은 데냐고요. 그 물음에 답하려면 먼저 왜 이렇게 늘었는지를 봐야 합니다.
이유는 대체로 이렇게 정리됩니다.
인쇄를 적게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예전에는 한 번에 수천 부를 찍어야 값이 맞았죠. 지금은 수백 부, 필요하면 주문받은 만큼만 찍는 방식도 있습니다. 그러면 처음 드는 돈이 확 줍니다.
파는 자리가 열렸습니다. 서점 매대에 못 들어가도 온라인으로 팔 수 있고, 동네 책방들이 이런 책을 적극적으로 놓습니다.
만드는 일 자체가 나눠졌습니다. 편집, 디자인, 교정을 각각 맡기는 게 가능해져 한두 사람이 출판사를 낼 수 있게 됐죠.
특징이 있습니다. 큰 데서는 안 내는 책이 나옵니다.
몇백 명이 찾을 주제, 아주 좁은 분야, 한 사람의 기록 같은 것들이죠. 큰 출판사는 수천 부를 팔아야 하니 그런 책을 못 냅니다. 작은 곳은 몇백 부면 되니까 낼 수 있고요.
목록을 보면 이게 확실히 보입니다. 우리 서가에서 대출은 적은데 빌리는 분이 아주 정확하게 그 책을 찾아서 오는 책들이 이쪽에 몰려 있더군요.
한쪽만 말씀드리는 건 공정하지 않겠죠.
품질 편차가 큽니다. 교정이 덜 된 책, 사실 확인이 안 된 책이 섞여 들어옵니다. 큰 출판사가 하던 거르는 일이 빠진 자리가 있는 거죠.
오래 못 가는 곳이 많습니다. 한두 권 내고 사라지는 출판사가 흔합니다. 그러면 그 책은 곧 절판이 되고, 다시 찍을 곳도 없어집니다.
저희도 판단이 어렵습니다. 처음 보는 곳의 책을 넣을지 말지 결정할 근거가 적거든요.
목록을 정리할 때 저는 출판사 이름이 아니라 이걸 봅니다.
지은이가 그 주제와 관련이 있는지, 참고한 자료를 밝혀뒀는지, 찾는 사람이 있는지. 이름이 알려진 곳인지는 그다음입니다. 큰 곳에서 나온 책이라고 다 정확한 건 아니니까요.
읽는 쪽에서도 같습니다. 낯선 이름이라고 접지 마시고 안을 한 번 보시면 됩니다.
이름이 없다는 것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는 뜻이지, 값이 없다는 뜻이 아니다.
저는 이 흐름이 서가에 좋다고 봅니다.
큰 곳 책만 있으면 서가는 서점 매대와 같아집니다. 그러면 여기 올 이유가 줄죠. 잘 안 팔릴 걸 알면서 만들어진 책이 꽂혀 있는 것이 이 자리가 가진 것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그런 책은 곧 절판됩니다. 그러면 나중에는 여기에만 남죠. 그때 그 책을 찾는 분이 오시면, 저희가 있어서 다행인 자리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