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람실에서 고개가 툭 떨어졌다가 놀라 깨신 분이 있었습니다. 잠깐 앉아 계시더니 그다음부터는 책을 손에 들고 읽으시더군요.
그 뒤로는 안 조셨습니다. 저는 그게 우연이 아니라고 봅니다.
책만 펴면 졸린다는 말씀을 자주 듣습니다. 대개 자책이 섞여 있죠. 집중력이 없어서라고요.
저는 그 설명이 맞는 경우를 별로 못 봤습니다. 같은 사람이 재미있는 책 앞에서는 세 시간을 안 조는 걸 보면 그건 능력의 문제가 아니거든요. 몸이 자는 자세를 하고 있으면 몸은 잘 준비를 합니다.
열람실에서 조시는 분들의 자세는 거의 똑같습니다. 책상에 책을 눕혀두고 목을 앞으로 숙이는 자세죠.
이 자세는 잘 때의 자세와 아주 비슷합니다. 목이 굽고, 시선이 아래로 가고, 몸이 앞으로 무너지죠. 뇌가 자세를 보고 상황을 판단하는 겁니다.
독서대 하나로 해결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더군요.
또 하나는 언제 읽느냐입니다. 사람 몸에는 원래 처지는 시간대가 있죠.
점심 먹고 한두 시간이 그렇습니다. 그 시간에 어려운 책을 펴면 실력과 상관없이 집니다. 밤에도 마찬가지고요. 저는 그 시간대에는 어려운 책을 안 권합니다.
어려운 책은 머리가 맑은 시간에, 쉬운 책은 처지는 시간에. 순서만 바꿔도 읽는 양이 달라지더군요.
물론 자세와 시간을 다 바꿔도 졸린 책이 있죠. 그건 다른 얘기입니다.
내용이 지금 나에게 필요 없거나, 문장이 나와 안 맞는 겁니다. 그때 졸음은 방해가 아니라 신호예요. 억지로 눈을 뜨고 스무 쪽을 더 읽어도 남는 게 없더군요.
몸이 먼저 아는 것을 머리가 나중에 인정하는 일이 잦다.
열람실에서 오래 앉아 계시는 분들을 보고 정리한 것들입니다.
밝기를 올리십시오. 어두운 데서 읽으면 눈이 먼저 지칩니다. 조명이 옆이나 뒤에서 오는 게 좋고요. 이십 분마다 한 번 일어나십시오. 오래 앉는 것보다 끊어 읽는 쪽이 총량이 많습니다. 소리 내어 한 문단 읽어보십시오. 막히는 대목에서 이걸 하면 대개 깹니다. 손에 연필을 쥐십시오. 표시할 준비가 되어 있으면 몸이 안 눕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말씀은 드리고 싶습니다. 책 앞에서 조는 걸 성실함의 문제로 보시면 읽기가 점점 싫어집니다.
졸았다는 사실보다 졸았다고 자책하는 시간이 독서를 더 많이 갉아먹더군요. 조셨으면 그 자리를 표시해두고 다음에 거기서 시작하시면 됩니다.
그날 그분처럼 책을 손에 드는 것만으로 달라지기도 합니다. 바꿀 게 마음이 아니라 자세일 때가 훨씬 많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