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들고 오신 책을 이미 빌리신 줄 알고 확인한 적이 있습니다. 다른 책이었죠.
표지가 거의 같았습니다. 색도 글씨체도 배치도요. 이런 일이 몇 해 사이에 부쩍 늘었습니다.
이유는 단순하다고 들었습니다. 잘 팔린 책의 표지가 기준이 됩니다.
어떤 책이 크게 알려지면 그 결의 표지가 몇 달 안에 여럿 나옵니다. 여백을 넓게 두고 글씨를 크게 앉히는 방식이 한동안 이어지다가, 다른 게 뜨면 또 그쪽으로 가죠.
앞서 책 제목이 길어지는 흐름을 적었는데 같은 자리에서 나오는 얘기입니다. 파는 자리가 온라인으로 옮겨가면서 표지가 작은 그림으로 먼저 보이게 됐고, 그러면 작게 봐도 눈에 걸리는 형태로 수렴합니다.
정리하는 쪽에서는 이게 꽤 분명하게 보입니다.
한 해에 들어오는 책을 쭉 세워두면 분야가 달라도 비슷한 무리가 생깁니다. 예전에는 표지만 봐도 소설인지 실용서인지 갈렸는데 요즘은 잘 안 갈리죠.
손님들도 같은 말씀을 하십니다. 서점에서 봤던 책인 줄 알고 빌렸는데 다른 책이었다고요.
저희 쪽 불편은 앞서 적은 것과 이어집니다.
서가에서 구분이 안 갑니다. 목적 없이 걷다가 눈에 걸리는 게 줄어들죠. 다 비슷하면 아무것도 안 보입니다. 손님 설명이 안 통합니다. 앞서 찾는 책 설명하는 요령에서 표지 색은 도움이 안 된다고 적었는데, 그 이유가 하나 더 늘었습니다.
한쪽만 말씀드리지는 않겠습니다.
유행을 따라간 표지 중에도 잘 만든 게 있고, 그 책이 안 알려졌으면 아무도 안 집었을 수 있죠. 앞서 제목이 간판이라고 적었는데 표지도 같은 일을 합니다. 들어오게 하는 자리고, 그건 그 자체로 필요합니다.
다만 십 년 뒤에 서가에서 알아볼 수 있는 표지는 대체로 유행을 안 따라간 쪽이더군요.
눈에 띄려고 다들 같은 방법을 쓰면, 결국 아무도 안 띈다.
저는 그날부터 손님들께 표지 말고 저자 이름으로 기억하시라고 말씀드립니다.
표지는 바뀝니다. 앞서 리커버 얘기에서 적었듯 같은 책도 몇 해면 얼굴이 달라지죠. 저자 이름은 안 바뀝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