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서 돌아온 손님이 휴대폰 사진을 보여 주셨습니다. 맑은 호수 옆에 피라미드처럼 생긴 큰 바위가 있었죠. 여기가 니체가 그 생각을 했다는 데래요, 하시더군요. 스위스 실스마리아였습니다.
실스마리아는 스위스 알프스 엥가딘 계곡의 작은 마을입니다. 니체는 몸이 성치 않았고, 날씨와 공기에 몹시 예민했죠. 이 높고 맑은 곳이 그에게 잘 맞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니체는 여러 해 여름을 이곳에서 보냈습니다. 그가 묵었던 집은 지금 니체하우스라는 이름으로 남아 있다고 하죠.
니체는 『이 사람을 보라』에서 『차라투스트라』가 어떻게 태어났는지 적으며 이 장소를 이야기합니다.
1881년 8월, 실바플라나 호숫가 숲을 걷다가 피라미드처럼 솟은 커다란 바위 옆에 멈췄을 때 그 생각이 왔다고요. 그는 그 생각을 종이에 적으며 "인간과 시간의 저편 6000피트"라고 덧붙였다고 씁니다.
그 생각이 바로 영원회귀였습니다. 앞서 영원회귀 뜻을 적었는데, 그 무거운 물음이 처음 찾아온 자리가 이 호숫가였던 거죠.
앞서 신체는 큰 이성이라는 니체의 말과, 걸으며 얻은 생각만이 가치 있다는 말을 적었습니다. 실스마리아 이야기는 그 말이 그냥 멋진 문장이 아니었다는 걸 보여 주죠.
니체는 실제로 하루 몇 시간씩 걸었고, 그 걸음 속에서 가장 중요한 생각을 만났습니다. 책상 앞이 아니라 호숫가 숲길에서요.
생각이 오지 않거든 찾으러 가지 말고 걸으러 가라. 큰 생각은 대개 걷는 자의 옆에 내려앉는다.
모두가 알프스에 갈 수는 없습니다. 다만 각자에게 생각이 잘 오는 자리는 있을 겁니다.
자주 걷는 길을 하나 정하십시오. 같은 길을 반복해 걸으면 생각이 길을 따라 정리되기도 하죠. 떠오른 생각을 그 자리에서 적으십시오. 니체도 그랬습니다. 걸음이 멈추면 생각도 흩어지니까요. 몸이 편한 곳을 찾으십시오. 니체가 공기 맑은 곳을 찾아다닌 것처럼, 생각에도 맞는 날씨가 있더군요.
그 손님은 그 바위 앞에서 한참 서 있었다고 하셨습니다. 아무 생각도 안 떠올랐지만 기분은 좋았다고 웃으셨죠. 돌아와서 『이 사람을 보라』를 빌려 가셨습니다.
큰 생각이 어디서 올지는 모릅니다. 그래도 저는 제 실스마리아가 될 길을 하나 정해 두고, 그 길을 걸으며 오는 생각들을 제 손으로 받아 적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