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회귀랑 빙의를 섞어 쓰더라고. 그러다 작품 안에서 둘이 같이 나오는 대목이 나오니까 막혔어.
같은 거면 둘이 같이 나올 리가 없잖아. 시작점이 다른 거야.
이 한 줄이면 갈려.
회귀는 시간을 되돌리는 거야. 내 몸 그대로, 내 인생의 앞 시점으로 돌아가. 그러니까 아는 게 남아 있고 몸은 젊어진 상태지.
빙의는 몸을 바꾸는 거야. 시간은 그대로인데 남의 몸에 들어가. 그러니까 아는 건 내 거고 몸은 남의 거야.
이 차이가 그대로 이야기 조건이 돼.
두 번째가 훨씬 복잡하지. 빙의하면 그 몸의 가족이 있고 사문이 있고 빚이 있어. 아는 척을 해야 하는 구간이 생겨. 그게 재미고 그게 위험이야.
회귀는 그런 게 없어. 내 집이고 내 사부니까. 대신 이미 아는 미래가 무기야.
여기가 무협에서 실제로 갈리는 대목이야.
회귀한 놈은 자기가 전에 익힌 걸 다시 익혀. 몸이 젊어졌으니까 다시 쌓아야 하는데, 순서를 아니까 훨씬 빨라. 돈오 얘기를 전에 했잖아. 어디서 막힐지를 미리 아니까 그 벽을 바로 넘지.
빙의한 놈은 그 몸에 이미 있는 걸 써. 그 몸이 약하면 약한 채로 시작해야 해. 그래서 빙의물은 대개 처음에 약해.
무협이 언제부터 회귀하고 빙의했나 하는 얘기를 전에 썼어. 무공 얘기가 아니라고 했지.
다시 짚어두면 이거야. 십 년 수련을 보여주는 시간을 줄이려고 들어온 장치야. 읽는 사람이 기다리는 구간을 없애는 거지.
그런데 둘이 줄이는 게 달라. 회귀는 헤매는 시간을 줄이고, 빙의는 자리를 얻는 시간을 줄여. 빙의하면 이미 어느 문파 누구니까 소개받을 필요가 없잖아. 신표 얘기를 전에 했는데, 그게 이미 품에 있는 상태로 시작하는 거야.
요새는 둘을 섞은 것도 많아. 죽었다가 과거의 남의 몸으로 들어가는 식이지.
그러면 시간도 되돌고 몸도 바뀐 거야. 조건이 둘 다 붙으니까 복잡해지는데, 잘 쓰면 제일 재밌어져. 아는 건 있고 몸은 낯설고 관계는 떠안았으니까.
나는 무협을 하나도 모르는 채로 여기 떨어진 놈이라 이런 말이 나오면 그냥 넘겼어.
지금은 둘만 물어봐. 아는 건 누구 거고 몸은 누구 거냐. 둘 다 내 거면 회귀, 몸만 남의 거면 빙의야. 그거 하나 잡으면 그 주인공이 뭘 숨기고 뭘 걱정하는지가 따라와.
뭘 잡았는지 말해봐. 어느 쪽인지부터 갈라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