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연 언니가 뉴스에서 이 얘기를 물고 왔어요.
강미연 장사가 잘되는데 돈이 더 필요해서 빌린다는 얘기가 나오더라고요.
박예슬 잘되면 남는 거 아닌가요? 왜 더 필요한 건가요?
장사를 돌리려면 늘 묶여 있어야 하는 돈이 따로 있는 거예요. 저도 그 말을 듣고서야 갈렸어요.
미연 언니가 반찬 대 주는 집은 잘될수록 배추값이 먼저 나가서 통장이 마른다고 했어요.
순서를 보면 이런 얘기인 거예요. 배추를 먼저 사야 하잖아요. 그다음에 담가서 광에 두고요. 그러고 나서 식당에 대 주면 값은 월말에 들어오는 거예요.
그러니까 나가는 게 먼저고 들어오는 게 나중인 셈이죠. 그 사이를 메우고 있어야 하는 돈이 늘 있는 거예요.
들은 대로 옮기면 이래요.
광에 쌓인 게 하나예요. 앞서 재고를 알아본 날에 그건 돈이 묶인 거라고 했잖아요. 받을 돈이 또 하나고요. 앞서 매출채권을 알아본 날에 넘겼는데 아직 안 들어온 것이라고 했어요.
그 둘을 더하고 나서 내가 아직 안 준 돈을 빼는 거래요. 나도 배추를 외상으로 들여왔으면 그만큼은 내 돈이 안 묶여 있는 셈이죠.
박예슬 그럼 남한테 늦게 줄수록 내 돈은 덜 묶이는 거잖아요.
그 말이 맞대요. 앞서 택배 회사를 알아본 날에 큰 손님 몇 곳이 물량을 쥐고 있어서 값을 올려 받기 어렵다고 했잖아요. 매출채권을 알아본 날에는 날짜도 받는 쪽이 정한다고 했고요.
그러니까 큰 데는 늦게 주고 빨리 받을 수 있는 셈이죠. 그러면 묶이는 돈이 거의 없는 셈인 거예요. 반대로 작은 데는 먼저 내고 나중에 받으니까 늘 묶여 있는 거고요.
같은 장사를 해도 어느 쪽에 서 있느냐로 통장 사정이 아주 달라지는 거예요.
여기가 제일 뒤집히는 대목인 거예요.
장사가 두 배로 커지면 배추도 두 배로 사 둬야 하고 받을 돈도 두 배가 되잖아요. 그러니까 묶이는 돈도 같이 두 배가 되는 셈이죠.
그래서 잘되는데도 돈을 빌리게 되는 거예요. 앞서 현금흐름을 알아본 날에 장부에 남은 것과 통장에 있는 게 다른 칸이라고 했잖아요. 여기가 그 둘이 제일 크게 벌어지는 자리인 거예요.
광을 비우거나, 받는 걸 빨리 하거나, 주는 걸 늦게 하는 것뿐인 거예요.
그런데 광을 너무 비우면 주문이 왔을 때 댈 게 없잖아요. 앞서 단체급식 회사를 알아본 날에 크게 묶어 사면 싸게 온다는 얘기가 나왔는데, 싸게 오는 대신 묶이는 셈이죠. 어느 쪽도 공짜가 아닌 거예요.
다만 어느 회사가 지금 어느 쪽인지는 저희가 알 수 없어요. 그건 밖에서 알기 어렵대요.
나가는 게 먼저고 들어오는 게 나중이라 그 사이를 메울 돈이 늘 묶여 있다는 것, 광에 쌓인 것과 받을 돈을 더하고 내가 안 준 돈을 뺀 게 그 몫이라는 것, 그리고 장사가 커지면 묶이는 것도 같이 커진다는 것. 저녁 먹고 나서 알아낸 건 딱 이만큼인 거예요.
우리가 알아낼 수 있는 건 결과가 아니라 태도인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