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연 언니가 남편 얘기를 물고 왔어요.
강미연 남편 말로는 리플 회사가 가진 코인이 너무 많아서 스스로 손을 묶었대요. 그걸 에스크로라고 부른대요.
박예슬 자기 코인을 자기가 왜 잠가요? 꺼내 쓰면 되잖아요.
앞서 리플은 왜 회사가 있는지 알아본 날에 비트코인과 달리 뒤에 회사가 있다고 했잖아요. 그 회사가 처음부터 리플 코인을 아주 많이 쥐고 있었대요. 그 많은 코인을 장부 위 금고에 잠가 두고, 정해진 때마다 조금씩만 꺼내 쓰게 묶어 둔 것이 에스크로인 셈이죠.
부엌으로 옮기면 김장독 같은 거예요. 김치를 다 냉장고에 넣어 두면 한꺼번에 퍼 먹거나 이웃에 다 나눠 줄 수도 있잖아요. 땅에 묻어 두면 한 포기씩만 꺼낼 수 있는 셈이죠.
박예슬 그래도 왜 굳이 묶어요?
미연 언니 남편 말로는 사람들이 그걸 걱정했대요. 회사가 어느 날 쥔 코인을 한꺼번에 시장에 풀면 어떡하냐고요. 그래서 회사가 스스로 꺼낼 수 있는 양을 장부에 정해 둔 거래요. 독에 묻었으니 한꺼번에 못 꺼낸다고 보여 준 셈이죠.
강미연 달마다 정해진 만큼 풀리는데, 다 안 쓰면 남은 걸 다시 잠근대요.
한 포기 꺼냈는데 다 안 먹으면 다시 독에 묻는 것과 같은 거예요. 그때 다시 묻는 독은 더 먼 뒤에 열리게 맞춰 둔다고 들었어요. 남은 김치를 더 깊이 묻어 두는 셈이죠. 그래서 금고가 생각보다 천천히 줄어든다고 들었어요.
이게 장부 위 프로그램으로 정해져 있어서 회사가 마음대로 열 수 없다는 게 핵심이래요. 앞서 코인 장부가 왜 고쳐 쓰기 어려운지 알아본 날의 그 장부에 묶인 셈이죠.
다만 금고에 묶였어도 그 코인이 회사 몫인 건 그대로인 거예요. 언제 얼마나 꺼낼지는 정해져 있어도, 꺼낸 걸 어디에 쓸지는 회사가 정한대요. 독에서 꺼낸 김치를 우리 집이 먹을지 이웃에 돌릴지는 여전히 집주인 마음인 것과 같은 거예요.
그래서 리플 얘기에는 회사가 쥔 몫이 크다는 걱정이 늘 같이 붙는다고 들었어요. 그 몫이 어떻게 쓰일지는 밖에서 알기 어렵대요.
리플 에스크로는 회사가 쥔 많은 코인을 장부 위 금고에 잠가 두고 정해진 만큼만 꺼내는 장치라는 것, 꺼냈다가 안 쓰면 다시 잠근다는 것, 묶였어도 회사 몫인 건 그대로라는 것. 저녁 먹고 나서 알아낸 건 이만큼인 거예요.
우리가 알아낼 수 있는 건 결과가 아니라 태도인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