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연 언니가 조카한테 들었다면서 이 얘기를 꺼냈어요.
강미연 장부가 너무 커져서 다 들고 있기가 어렵다더라고요.
박예슬 지워지지 않는다고 했잖아요. 그러면 계속 커지는 게 맞는 거잖아요.
계속 커지는 게 맞는 거예요. 저는 그 생각을 한 번도 안 해 봤던 셈이죠.
앞서 코인을 왜 똑같이 못 만드는지 알아본 날에 새 기록이 순서대로 한 줄씩 얹힌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얹히기만 하는 거예요. 옛 줄을 덜어내면 순서가 끊기잖아요. 앞서 코인 장부 수정을 알아본 날에 혼자서는 못 고친다고 했는데, 지우는 것도 마찬가지인 셈이죠.
그러니까 해가 갈수록 쌓이는 거예요. 우리 집 가계부를 한 장도 안 버리고 십 년을 모은 것과 같은 거고요.
그럼 다들 그 큰 걸 들고 있느냐고 물었어요.
두 갈래라고 들었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다 들고 있는 데가 있고, 요약만 들고 필요할 때 물어보는 데가 있다는 거예요.
예슬이가 관리사무소 창고에는 십 년 전 서류가 쌓여 있는데 우리 집엔 이번 달 고지서만 있다고 했어요. 그게 딱인 셈이죠.
이 대목에서 앞뒤가 맞아떨어졌어요.
앞서 지갑이 뭔지 알아본 날에 지갑에는 열쇠가 들어 있다고 했잖아요. 장부가 들어 있는 게 아니라고요. 그러니까 우리 폰에 든 건 요약만 들고 물어보는 쪽인 셈이죠.
그래서 가벼운 거예요. 대신 물어보는 데를 믿어야 하는 거고요. 앞서 비트코인에 왜 주인이 없는지 알아본 날에 봐 주는 데를 두면 그 데가 정하는 게 된다고 했잖아요. 여기서도 조금씩 그 쪽으로 기우는 셈이죠.
박예슬 그럼 다 들고 있는 데가 줄어들면 곤란한 거잖아요.
그게 걱정하는 대목이래요.
앞서 코인은 익명이라던데 왜 다 보인다는 건지 알아본 날에, 번호가 사람하고 이어지면 지난 것까지 거꾸로 읽힌다고 했잖아요. 그 되짚는 일은 옛 기록이 남아 있어야 되는 셈이죠.
그리고 앞서 장부가 멈추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본 날에 다시 돌 때 순서대로 맞춰 적는다고 했어요. 맞춰 보려면 앞쪽 기록이 있어야 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다 들고 있는 데는 아무 값도 안 받고 창고를 지키는 자리인 셈이죠. 그 자리가 줄어드는 게 곤란한 거예요.
옛 것을 접어서 요약으로만 남기는 식이 있다고 들었어요. 지난달 고지서를 다 버리고 합계만 적어 두는 것과 같은 거예요.
그러면 들고 있기는 가벼워지는데 되짚기가 어려워지잖아요. 가볍게 하는 것과 되짚을 수 있는 것이 서로 맞바꾸는 자리인 셈이죠. 어느 쪽이 맞는지는 저희가 정할 수 없어요. 그건 밖에서 알기 어렵대요.
얹히기만 하고 덜리지 않아 계속 커진다는 것, 그래서 다 들고 있는 데와 요약만 들고 물어보는 데로 갈린다는 것, 그리고 가볍게 하는 것과 되짚을 수 있는 것을 서로 맞바꾼다는 것. 저녁 먹고 나서 알아낸 건 딱 이만큼인 거예요.
우리가 알아낼 수 있는 건 결과가 아니라 태도인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