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연 언니가 뉴스에서 이 말을 물고 왔어요.
강미연 숫자보다 뒤에 붙은 글을 봐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더라고요.
박예슬 장부는 숫자잖아요. 뒤에 뭐가 붙어 있는 건가요?
숫자만으로는 알 수 없는 걸 글로 적어 둔 자리가 있는 거예요. 저도 그런 게 있는 줄 몰랐던 셈이죠.
미연 언니가 자기 가계부는 숫자 옆에 연필로 적어 둔 게 없으면 다음 달에 자기도 못 읽는다고 했어요.
그게 딱 이 얘기인 거예요. 십만 원이라고만 적혀 있으면 그게 받은 건지 빌린 건지 아직 안 준 건지 모르잖아요. 그래서 옆에 적어 두는 셈이죠.
회사 장부도 그렇게 뒤에 글이 붙어 있대요. 숫자는 앞에 있고, 그 숫자를 어떻게 셌는지가 뒤에 있는 거예요.
무엇이 적혀 있느냐를 들으니 여태 알아본 것들이 죄다 나왔어요.
앞서 감가상각을 알아본 날에 몇 해로 나눌지를 회사가 정한다고 했잖아요. 그 자를 뒤에 적어 둔다는 거예요. 영업권을 알아본 날에는 아직 값을 하는지 해마다 다시 본다고 했는데, 어떻게 봤는지도 거기 적히는 셈이죠.
재고를 알아본 날에 광에 있는 걸 얼마로 쳤는지가 문제였잖아요. 그것도요. 연결재무제표를 알아본 날에는 거느린 집을 어디까지 합쳤는지가 갈렸는데, 그 목록도 뒤에 있는 거예요.
박예슬 그럼 앞의 숫자를 읽으려면 뒤를 먼저 봐야 하는 거잖아요.
아직 숫자가 안 된 것도 있다고 들었어요.
소송이 걸려 있으면 그게 얼마가 될지 모르잖아요. 그래도 걸려 있다는 건 적어 둔다는 거예요. 빌린 걸 언제 갚아야 하는지, 누구한테 뭘 약속해 뒀는지도요.
우리 집으로 치면 가계부에는 안 적히는데 알고 있어야 하는 것들이에요. 다음 달에 목돈 나갈 일이 있다는 것 같은 거고요. 앞서 현금흐름을 알아본 날에 통장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따로 봐야 한다고 했잖아요. 그 앞일이 여기 적혀 있는 셈이죠.
이 대목이 저는 제일 남았어요.
앞서 회사 매출을 알아본 날에 적는 칸이 다르면 나란히 놓고 견줄 수가 없다고 했잖아요. 어느 칸에 어떻게 적었는지가 여기 적혀 있으니, 뒤를 봐야 비로소 견줄 수 있는 셈이죠.
그리고 분식회계를 알아본 날에 적는 때와 칸을 옮기는 자리가 있다고 했잖아요. 그 옮긴 자리가 뒤에 적혀 있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어요. 숨긴다기보다 아무도 안 읽는 데 적혀 있는 거예요.
숫자는 앞에 있고 그 숫자를 어떻게 셌는지는 뒤에 있다는 것, 감가상각 자와 영업권 판단과 거느린 집 목록이 다 거기 적힌다는 것, 그리고 숫자에 안 잡히는 소송이나 약속도 거기 있다는 것. 저녁 먹고 나서 알아낸 건 딱 이만큼인 거예요.
다 읽기는 어렵겠지만 어디를 봐야 하는지는 알아 둔 셈이죠.
우리가 알아낼 수 있는 건 결과가 아니라 태도인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