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연 언니가 뉴스에서 이 말을 물고 왔어요.
강미연 자기자본이 얼마라는 말이 자꾸 붙어 나오더라고요.
박예슬 회사 돈이면 다 자기 돈 아닌가요? 굳이 자기라고 붙이는 게 이상한데요.
가진 것 안에 빌린 게 섞여 있어서 그런 거예요. 그래서 갈라 부르는 셈이죠.
미연 언니가 집값 얘기가 나올 때마다 대출을 빼고 말해야 맞는다고 했어요. 그게 딱 들어맞는 얘기인 거예요.
집이 얼마짜리냐는 그 집 값이잖아요. 그런데 내 몫은 거기서 대출을 뺀 것이고요. 같은 집을 두고 두 가지 숫자가 있는 셈이죠.
회사 장부도 그렇게 되어 있대요. 무엇을 가졌나가 한 쪽이고, 그게 누구 돈으로 마련됐나가 다른 쪽인 거예요. 한 장이 두 쪽으로 갈려 있는 셈이죠.
여기가 헷갈리기 쉬운 대목인 거예요.
앞서 리츠를 알아본 날에 건물을 빌려서 산다고 했잖아요. 빌려서 사면 가진 건 커지는데 내 몫은 그대로인 셈이죠. 우리 집으로 치면 대출을 더 내서 큰 집으로 옮긴 것과 같은 거예요.
그러니까 가진 게 크다는 말만 듣고는 알 수 없는 거예요. 얼마를 빌려서 그렇게 됐는지를 같이 봐야 하는 셈이죠.
박예슬 그럼 회사가 커 보이는 것도 빌린 걸로 커 보일 수 있는 거잖아요.
내 몫 쪽에 뭐가 들어 있느냐를 보니 낯익은 게 많았어요.
앞서 사내유보금을 알아본 날에 여태 안 나눠 준 몫의 합계가 장부에 쌓여 있다고 했잖아요. 그게 이 쪽 칸인 거예요. 무상증자를 알아본 날에 곳간에서 주식 쪽으로 옮겨 적는다고 했는데, 그것도 이 쪽 안에서 칸만 바꾼 셈이죠. 그래서 내 몫 합계는 그대로인 거예요.
감자를 알아본 날에는 쌓인 구멍을 메우려고 주식 쪽 칸을 덜어낸다고 했잖아요. 그건 내 몫이 실제로 줄어드는 거예요. 같은 쪽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도 옮겨 적는 것과 덜어내는 것이 아주 다른 셈이죠.
왜 이걸 따로 보느냐고 물었어요.
빌린 건 갚아야 하는 날이 있잖아요. 그런데 내 몫은 갚을 날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장사가 안 되는 해에 버틸 수 있는 건 이 쪽이라고 들었어요.
앞서 현금흐름을 알아본 날에 빌려서 들어온 걸로 버티는 것과 장사로 들어온 걸로 버티는 게 다르다고 했잖아요. 결이 같은 거예요. 다만 얼마쯤이 넉넉한 건지는 장사마다 달라서 저희가 정할 수 없어요. 그건 밖에서 알기 어렵대요.
장부 한 장이 무엇을 가졌나와 누구 돈으로 마련됐나로 갈려 있다는 것, 빌려서 사면 가진 건 커지고 내 몫은 그대로라는 것, 그리고 갚을 날이 없는 쪽이 어려울 때 버티는 자리라는 것. 저녁 먹고 나서 알아낸 건 딱 이만큼인 거예요.
우리가 알아낼 수 있는 건 결과가 아니라 태도인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