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 권과 물병만 놓인 자리 앞에서 두 분이 서로 먼저 앉으시라고 양보하시더군요. 결국 둘 다 안 앉고 가셨습니다.
그 자리의 주인은 그때 두 시간째 안 계셨습니다. 열람실에서 말이 제일 많이 오가는 게 이 자리입니다.
관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큰 틀은 비슷합니다.
이 규정이 벽에 붙어 있는데 잘 안 읽으시죠. 저희도 매번 안내를 못 하고요.
이유는 단순합니다. 자리가 사람보다 적기 때문입니다.
한 사람이 짐으로 자리를 잡아두면 그 시간 동안 아무도 못 씁니다. 그 사람은 두 시간 밖에 있었는데 자리는 두 시간 내내 차 있는 셈이죠. 열 명이 그렇게 하면 열 자리가 비어 있으면서 차 있습니다.
그래서 규정이 지키려는 건 예의가 아니라 자리의 회전입니다. 도덕 문제로 다루면 감정이 붙는데, 수량 문제로 보면 답이 단순해지죠.
물어보시는 분들이 계셔서 적어둡니다.
화장실이나 물 뜨러 가시는 정도는 아무 문제 없습니다. 밥 먹으러 가시는 것도 많은 관에서 허용하고요. 문제가 되는 건 몇 시간 단위로 비우면서 자리를 유지하는 경우입니다.
오래 비우실 거면 짐을 챙겨 나가셨다가 다시 발권하시는 게 서로 편합니다. 사물함이 있는 관도 있죠.
여기가 실제로 다툼이 되는 자리입니다.
비어 있는 것 같다고 남의 짐을 옮기시면 분실 문제가 생깁니다. 그리고 돌아온 사람과 그 자리에서 부딪히게 되죠. 저희에게 말씀해주시면 됩니다. 시간을 확인하고 규정대로 처리하는 게 저희 일입니다.
말씀하시는 걸 고자질처럼 느끼시는 분이 계신데 그렇지 않습니다. 그러라고 있는 절차예요.
규칙은 사람을 벌하려고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끼리 부딪히지 않게 하려고 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다 못 봅니다. 열람실이 넓고 사람은 적으니까요.
그래서 순찰 주기를 정해두고 도는데, 그 사이에는 규정대로 안 돌아갑니다. 좌석발권기를 들이는 관이 느는 게 그 때문이죠. 사람이 판단하지 않아도 되게 만드는 겁니다.
그날 두 분은 결국 안 앉으셨습니다. 저는 그게 제일 아까운 결과라고 봅니다.
자리를 맡아둔 분도 나쁜 뜻은 아니었을 겁니다. 잠깐이라고 생각하셨겠죠. 다만 그 잠깐이 두 시간이 되는 동안 두 사람이 서서 돌아갔습니다.
비우실 때 짐도 같이 가져가시면 됩니다. 그것 하나로 이 자리의 다툼은 거의 없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