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객잔 손님들이 새벽 안개 얘기를 해. 아침저녁 기온 차가 커져서 안개가 짙게 낀대. 뉴스에서도 출근길 안개 주의하라고 했다더라.
한 손님은 앞이 하나도 안 보여서 한참 천천히 왔대. 다른 손님은 안개 때문에 늘 가던 길을 잃을 뻔했대.
재밌는 얘기를 한 손님이 있었어. 안개 낀 아침에 객잔을 찾아오는데, 아무것도 안 보이더래. 그러다 노란 불빛 하나가 보였대.
객잔 등불이었어. 나는 새벽에 문 열 때 등을 먼저 켜거든. 그 손님은 그 불빛만 보고 걸어왔대. 객잔 초저녁 얘기할 때 등불이 간판보다 센 호객이라고 했는데, 안개 속에선 등불이 길잡이였어.
그 얘기 들으면서 무협이 떠올랐어. 무협에서 안개가 끼면 꼭 무슨 일이 생겨.
안개 속에서 화살이 날아오고, 안개를 뚫고 복면인이 나타나고, 안개 낀 강 위에서 배가 습격당해. 동정호 얘기를 전에 적었는데, 물안개 낀 아침엔 배가 바로 옆에 와도 모른다고. 무협 작가들은 그 안 보이는 긴장을 좋아해.
안개 속에선 눈이 소용없어. 그래서 무협 고수는 귀로 싸워.
은신술 기척 얘기를 전에 적었어. 기척을 읽는 게 고수라고. 안개는 그 기척 싸움을 제일 극단으로 만드는 무대야. 누가 먼저 상대 숨소리를 듣느냐. 그래서 무협 안개 장면은 대개 조용해. 소리 하나가 승부를 가르니까.
손님들 말로는 안개는 해가 뜨면 금방 걷힌대. 몇 시간이면 언제 그랬냐는 듯 맑아진다고.
무협에서도 그래. 안개가 걷히면 기습은 끝나고, 남은 건 흔적뿐이야. 그 짧은 시간에 모든 게 벌어지는 거지.
안개 낀 날 기억나는 장면 있으면 들려줘. 객잔 등불은 안개 낀 아침에도 켜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