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에 들어온 신청이 열두 건이었는데 그중 아홉 건이 같은 갈래였습니다.
누가 짠 것도 아니고 서로 아는 사이도 아니었죠. 신청 목록을 오래 보다 보면 이런 일이 반복됩니다.
신청되는 책은 고르게 들어오지 않죠. 시기마다 쏠립니다.
여기까지는 짐작이 가는 흐름입니다. 그런데 그것 말고도 있습니다.
손님들이 하시는 얘기와 신청 목록이 붙어 있죠.
어떤 일이 크게 다뤄지고 나면 그 주제의 책 신청이 며칠 안에 들어옵니다. 물가 얘기가 돌면 살림과 돈 쓰는 법이 들어오고, 어떤 사건이 있으면 그 배경을 다룬 책이 들어오죠.
그 사람들은 서로 모릅니다. 그런데 같은 걸 궁금해하시는 겁니다. 저는 이 목록이 그 시기의 기록 같다고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한쪽만 말씀드리지는 않겠습니다.
예산은 정해져 있는데 신청이 한쪽으로 몰리면 다른 분야가 비게 됩니다. 그래서 신청만으로 다 사지는 않고, 분야별로 균형을 보면서 따로 채웁니다.
그리고 유행이 지나가면 그 책들이 안 나갑니다. 몇 해 뒤에 제적 목록에 그 시기 책이 무더기로 올라오는 걸 보면 좀 씁쓸하죠.
이 얘기가 신청하지 마시라는 쪽으로 읽히지 않았으면 합니다.
신청해서 들어온 책은 대출이 확실히 잘 됩니다. 저희가 고른 책보다 낫죠. 읽을 사람이 정확히 있는 책이니까요. 앞서 동네 책방에서 빌리는 제도를 적으면서도 같은 얘기를 했습니다.
그러니 필요한 책이 없으면 신청하시면 되죠. 그게 서가를 만드는 방식입니다.
무엇을 사달라고 하는지가, 그 동네가 지금 무엇을 걱정하는지를 말해준다.
한 가지만 덧붙이고 싶습니다.
남들이 잘 안 찾을 것 같은 책일수록 신청하실 값이 큽니다. 잘 나가는 책은 신청 안 하셔도 저희가 삽니다. 그런데 그 좁은 주제의 책은 아무도 신청 안 하면 영영 안 들어오죠.
이런 책 신청해도 되나 싶으실 때가 그 책을 신청하실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