찢어진 자리를 문구용 테이프로 아주 정성껏 붙여서 반납하신 책이 있었습니다. 죄송하다는 쪽지까지 끼워두셨죠.
몇 달 뒤에 그 자리가 누렇게 변해 있었습니다. 테이프는 말라서 떨어졌고, 종이에는 갈색 자국만 남았더군요. 좋은 뜻이 결과를 만들어주지는 않는 자리가 있습니다.
먼저 말리는 것부터 적겠습니다. 이게 더 급하거든요.
문구용 투명 테이프. 가장 흔하고 가장 나쁩니다. 접착제가 산성이라 몇 달이면 종이를 태웁니다. 떼어내려 하면 종이가 같이 뜯기죠.
순간접착제. 종이가 딱딱해지고 그 부분이 부서집니다.
스테이플러. 녹이 슬어 번지고, 뺄 때 구멍이 커집니다.
물티슈나 젖은 천으로 닦기. 잉크가 번지고 종이가 우는 원인입니다.
저희가 쓰는 건 재료가 다릅니다.
중성지 테이프. 산이 없어 종이를 안 태우고, 나중에 떼어낼 수 있게 만든 것입니다. 문구점 테이프와 겉만 비슷하지 성질이 완전히 다르죠.
풀은 되돌릴 수 있는 것만. 물로 풀리는 전분 계열을 씁니다. 나중에 더 나은 방법이 생기면 다시 손볼 수 있어야 하니까요.
결을 맞춰 붙입니다. 종이에는 결이 있어서 그 방향을 어기면 붙여놔도 다시 갈라집니다.
이건 손재주가 아니라 재료를 아는 일입니다. 그래서 집에서 흉내 내시면 대개 더 나빠지죠.
그럼 어떻게 하시면 되느냐. 아주 단순합니다.
그대로 가져오셔서 말씀해주십시오. 붙이지 마시고, 떨어진 조각이 있으면 그것도 같이 챙겨 오시면 됩니다. 조각이 있으면 대개 살립니다. 없으면 못 살리죠.
혼날까 봐 안 말씀하시고 그냥 반납함에 넣으시는 분이 계신데, 그게 제일 나쁩니다. 상한 걸 모른 채로 다음 사람에게 나가거든요.
잘못을 늦게 말하는 사람은 잘못을 두 번 하는 셈이 된다.
한 가지는 급합니다. 젖은 책은 몇 시간 안에 처리해야 합니다.
말리시려고 펴서 햇볕에 두시면 종이가 우그러지고 붙습니다. 드라이어를 쓰시면 더 심해지고요. 젖었을 때는 책장 사이사이에 흡수지나 키친타월을 끼우고 세워서 그늘에 두는 것이 기본입니다. 그리고 바로 연락 주시면 됩니다.
곰팡이는 하루 이틀이면 옵니다. 그때부터는 다른 책까지 위험해지죠.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못 살리는 책도 있습니다.
낱장이 여러 장 없어졌거나, 물에 오래 있었거나, 이미 산성 테이프가 깊이 배어든 경우죠. 그럴 때는 같은 책을 다시 구합니다. 절판이면 그것도 어렵고요.
그래서 저희는 고치는 것보다 덜 상하게 하는 쪽에 더 신경을 씁니다. 가방에 넣을 때 눌리지 않게, 물병 옆에 두지 않게. 이 두 가지만 지켜주시면 수선할 일 자체가 크게 줍니다.
쪽지를 끼워 오셨던 그분은 그 뒤로 상하면 그냥 들고 오십니다. 저는 그게 훨씬 반갑습니다. 고치려 애쓰신 마음보다 그대로 가져오시는 쪽이 책한테 낫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