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언니네 정수기를 몇 달에 한 번씩 관리하러 오는 분이 있대요. 그 얘기를 하다가 제가 물었어요.
그냥 한 번에 팔면 될 것을 왜 달마다 받는 방식으로 하느냐고요.
박예슬 사는 사람은 한 번에 큰돈이 안 나가서 좋겠지만, 파는 쪽은 손해 아닌가요?
신미혜 그게 뒤집혀 있는 거예요.
들은 대로 옮기면 이래요. 빌려주는 물건은 회사가 먼저 만들어서 집에 갖다 놓잖아요. 그 값은 그 시점에 다 나간 거래요.
그런데 받는 건 달마다 조금씩이고요. 그러니 처음에는 나가기만 하고 한참 뒤부터 들어오는 장사라던데요.
신미혜 김장을 몇 독 담가 놓고 몇 해에 걸쳐 꺼내 먹는 것과 같은 거예요. 담그는 날에 힘이 다 드는 셈이죠.
앞에서 통신 회사가 길을 먼저 크게 깔아 두고 오래 나눠 받는 장사라는 걸 알아봤잖아요. 그 결이랑 같대요. 자동차 회사가 차만 팔아서 버는 게 아니라 나눠 받는 데서도 번다는 얘기도 앞에서 알아봤는데, 그것도 옆자리라고 하더라고요.
여기가 이 업의 결이었어요.
먼저 들인 값을 메우려면 일정 기간은 써 줘야 한대요. 그전에 그만두면 그 집은 밑지는 거고요. 그래서 얼마나 오래 쓰다 그만두느냐를 늘 들여다본다더라고요.
박예슬 그럼 오래 쓰게 만드는 게 이 회사가 하는 일의 절반이겠네요.
그렇대요. 관리하러 오는 분이 그 자리라고 했어요. 필터를 갈아 주고 살펴 주니까 계속 쓰게 되는 거라고요. 그게 돈이 드는 자리이면서 동시에 붙잡아 두는 자리라던데요.
이건 저도 처음 들었어요. 그만두면 그 물건은 어떻게 되느냐고 물었거든요.
거둬다가 손봐서 다시 빌려준다더라고요. 이미 값을 치른 물건이니 다시 나가면 그때부터는 들어오는 쪽이 두터워진다고요.
신미혜 한 번 담근 독을 씻어서 또 쓰는 거예요.
코웨이나 SK매직 같은 이름이 나왔어요. 요새는 정수기 말고도 여러 가지를 그렇게 한다더라고요.
마지막에 하나 더 들었어요. 집집마다 사람이 다녀야 하는 장사라 손이 많이 든대요.
그래서 그 다니는 자리를 어떻게 꾸리느냐가 집집마다 다르고, 그게 살림에 크게 걸린다고 했어요. 다만 어느 집이 어떻게 하고 있는지는 저희가 밖에서 알기 어렵대요. 그건 이웃 언니도 모른다고 했어요.
회사가 물건값을 먼저 다 들인다는 것, 받는 건 달마다 조금씩이라는 것, 그래서 오래 써 줘야 메워진다는 것, 관리하러 오는 자리가 붙잡아 두는 자리라는 것, 그리고 거둔 물건을 손봐서 다시 빌려준다는 것.
어느 집이 나은지는 저도 몰라요. 다만 이제 이 얘기가 나오면 하나는 물어봐요. 지금 들이고 있는 때래요, 받고 있는 때래요.
우리가 알아낼 수 있는 건 결과가 아니라 태도라던데요. 저는 그 말이 맞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