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편집을 배우는 조카가 노트북 화면을 보여 줬어요. 진행 막대가 한참째 안 차더라고요. 조카 말로는 영상이나 입체 그림을 마지막으로 뽑아내는 계산이 이렇게 오래 걸린대요. 그걸 렌더링이라고 부른다던데요.
그러면서 뉴스에서 본 렌더 코인 얘기를 했어요. 이 계산을 남의 컴퓨터에 맡기는 게 렌더래요.
박예슬 남의 컴퓨터에 맡긴다고요? 그게 어떻게 돼요?
조카 말로는 이런 계산은 그래픽 카드라는 부품이 잘한대요. 게임 많이 하는 사람들 컴퓨터에 좋은 게 들어 있다고요.
그런데 그 그래픽 카드가 주인이 안 쓰는 시간에는 그냥 놀고 있대요. 렌더는 그 노는 시간을 모아서, 계산을 맡기려는 사람과 이어 준대요. 맡긴 사람은 렌더 코인으로 삯을 내고, 빌려준 사람은 그 코인을 받는다던데요.
신미혜 낮에 비어 있는 동네 주차장을 시간 단위로 빌려주는 거예요. 노는 자리를 일하게 만드는 셈이죠.
앞에서 파일코인이 남는 저장 공간을 빌려준다고 들었잖아요. 렌더는 저장이 아니라 계산하는 힘을 빌려주는 쪽이래요.
이 코인은 원래 입체 그림을 뽑는 프로그램을 만들던 회사 사람이 시작했대요. 영화나 광고 쪽 그림 작업을 해 오던 데라서, 계산이 모자라 쩔쩔매는 걸 잘 알았다고 들었어요.
박예슬 그럼 맡긴 그림이 제대로 나왔는지는 누가 확인해요?
조카 말로는 결과물을 확인하고 나서 삯이 넘어가게 되어 있대요. 다만 그걸 어떻게 꼼꼼히 맞추는지까지는 조카도 잘 모르겠다고 했어요.
또 하나 들은 건 이 코인이 처음 얹혀 있던 장부에서 다른 장부로 옮겨 갔다는 거예요. 처음엔 이더리움 위에 있었는데, 보내는 삯이 싸고 빠른 쪽으로 옮겼대요. 앞에서 메인넷 이전 얘기를 들었잖아요. 그런 경우라던데요.
요새 AI 얘기가 나오면 그래픽 카드가 모자란다는 말이 늘 같이 나오잖아요. 그래서 남는 그래픽 카드를 모은다는 이 코인 이름도 AI 뉴스에 같이 오르내린대요.
그런데 AI를 가르치는 계산은 한곳에 모인 기계끼리 붙어서 해야 하는 일이 많아서, 여기저기 흩어진 컴퓨터로 얼마나 할 수 있을지는 말이 갈린대요. 그건 저희가 밖에서 알기 어렵대요.
렌더가 그림 뽑는 계산을 남의 컴퓨터에 맡기는 코인이라는 것, 노는 그래픽 카드를 모아 빌려준다는 것, 그림 프로그램 회사 사람이 시작했다는 것, 장부를 옮겨 간 적이 있다는 것, AI 뉴스에 같이 나온다는 것.
우리가 알아낼 수 있는 건 결과가 아니라 태도라던데요. 저는 이제 코인 이름을 들으면 하나는 물어봐요. 이건 뭘 빌려주고 받는 코인이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