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소식을 전하시다가 말끝을 흐리신 분이 있었습니다. 그러고는 이렇게 덧붙이셨죠. 제가 나쁜 사람 같다고요.
남이 잘 안 됐다는 얘기를 하면서 잠깐 마음이 놓이셨던 겁니다. 그리고 그 놓임을 알아차리고 놀라신 거고요.
먼저 이 말씀부터 드리는 게 맞겠죠. 이건 드문 마음이 아닙니다.
우리는 자기 자리를 절대적으로 못 봅니다. 늘 옆과 견줘서 봅니다. 그러니 옆이 내려가면 내 자리는 가만히 있어도 올라간 것처럼 느껴지죠. 비교로 자리를 재는 방식이 만들어내는 부작용입니다.
그러니 그 마음이 들었다는 것만으로 사람됨을 판정하실 일은 아닙니다.
여기서 멈추면 위로만 하는 얘기가 되니 한 걸음 더 가겠습니다.
그 마음 자체는 지나가는 것인데, 반복해서 그 마음을 쓰면 방향이 생깁니다. 남이 잘되는 소식이 불편해지고, 잘 안 되는 소식을 찾게 되죠. 그러면 내 자리를 올리는 대신 남의 자리를 내리는 쪽으로 힘을 쓰게 됩니다.
그게 위험한 이유는 도덕 때문이 아닙니다. 그 방향으로는 내 자리가 실제로는 하나도 안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그 순간 우리가 놓는 게 뭔지 보면 대개 이렇습니다.
나만 뒤처진 게 아니라는 확인이거나, 열심히 안 해도 되는 이유이거나, 내 실패가 내 탓만은 아니라는 증거이거나. 셋 다 불안을 잠깐 덮는 것이지 없애는 게 아니죠.
그래서 그 안심은 오래 안 갑니다. 다음 날이면 원래 자리로 돌아와 있고, 그러면 또 다른 소식이 필요해집니다.
남의 어둠으로 밝아진 자리는, 그 어둠이 걷히면 함께 어두워진다.
그분이 스스로 나쁜 사람 같다고 하신 대목이 저는 중요하다고 봅니다.
정말 그 방향으로 굳은 사람은 그 마음을 안 알아차립니다. 알아차리고 불편해했다는 건 아직 그게 자기 기준과 어긋난다는 뜻이죠. 불편함이 남아 있는 동안은 방향이 안 정해진 겁니다.
그러니 그 마음이 들었다고 자기를 나쁘게 정하지 마십시오. 그 판정이 오히려 다음번에 그 마음을 숨기게 만듭니다.
없애려 하지 마시고 자리를 옮기시면 됩니다.
그 마음이 올라올 때 스스로에게 물어보시는 겁니다. 지금 내가 불안한 게 뭔가. 대개는 그 사람과 상관없는 내 일이 하나 나옵니다. 그러면 다룰 것이 남의 소식에서 내 일로 옮겨오죠.
그리고 그 사람에게 한 가지를 해보십시오. 안부를 묻거나 도울 게 있는지 물어보는 정도면 됩니다. 마음이 행동을 정하기도 하지만, 행동이 마음을 정하는 쪽이 실제로는 더 빠르더군요.
말끝을 흐리셨던 그분은 그 뒤에 그 사람에게 연락을 하셨다고 했습니다. 저는 그거면 됐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