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 재검 결과를 일주일 동안 기다리셨다는 분이 계셨습니다. 그동안 밥을 제대로 못 드셨다고요.
이상 없다는 문자를 받자마자 편의점에서 삼각김밥 두 개를 사 드셨답니다. 그 분은 그때 참 다행이었다고 하셨습니다. 삼각김밥을 집은 손은 다행보다 안도에 가깝습니다.
안도와 다행은 둘 다 걱정하던 나쁜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때 드는 마음입니다.
한숨이 나오고, 어깨가 내려가고, 웃음이 납니다. 나쁜 일을 피했다는 점이 같으니 섞어 쓰시는 거죠. 그렇다면 무엇이 둘을 가를까요?
안도는 졸이던 마음이 풀려 몸과 마음이 놓이는 감정이고, 다행은 일이 나쁘게 되지 않아 잘됐다고 여기는 판단입니다.
안도에는 그 전에 졸이던 시간이 있습니다.
일주일 동안 밥이 넘어가지 않았습니다. 그 긴장이 한 번에 풀리는 것이 안도죠. 그래서 안도는 몸으로 먼저 옵니다. 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갑자기 배가 고파지거나요. 삼각김밥 두 개가 그 풀림이었습니다.
안도와 허탈, 성취감과 안도감의 차이는 전에 다룬 적이 있습니다. 여기서는 다행과의 경계만 보겠습니다.
다행에는 졸인 시간이 없어도 됩니다.
뉴스에서 큰 사고에 다친 사람이 없다고 들으면 다행이라고 합니다. 내가 걱정하던 일이 아니어도 그렇죠. 일이 나쁘게 되지 않았다는 판단이니까요. 그래서 다행은 머리로 먼저 옵니다. 몸이 풀리는 느낌 없이도 말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물어보시면 됩니다.
한 장면에 둘이 함께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검사 결과는 다행이었고, 그 분의 몸이 느낀 것은 안도였겠지요.
안도라면 풀린 몸을 그대로 두시면 됩니다. 밥을 드시고, 잠을 주무시면 됩니다.
다행이라면 그 일을 고맙게 여기고 지나가시면 됩니다. 이름이 정확하면 그 일주일 동안 내가 얼마나 졸였는지도 보입니다.
잠을 못 주무시거나, 일상이 무너지고 있거나, 몸에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면 그건 제가 다룰 수 있는 범위가 아닙니다. 그럴 때는 저 말고 전문가를 찾으셔야 합니다. 이름을 붙이는 일과 치료하는 일은 다릅니다.
저는 이름까지만 붙입니다.
나쁜 일을 피한 것은 같습니다. 졸이던 마음이 있었는지만 보시죠.
이름을 붙이면 크기를 잴 수 있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