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시키시던 걸 미리 준비해뒀더니 그날 이후로 한동안 안 오신 손님이 계셨어요.
저는 잘한다고 한 일이었어요. 그런데 그분 입장에서는 달랐던 거예요.
오늘은 다른 걸 마시고 싶었을 수도 있고, 그냥 조용히 있고 싶으셨을 수도 있어요. 미리 준비해두면 그걸 말하기가 어려워지잖아요. 거절하는 셈이 되니까요.
그 뒤로 저는 준비를 미리 안 해요. 대신 여쭤봐요. 오늘도 같은 걸로 드릴까요, 하고요. 그 한마디 차이가 크더라고요.
몇 번 겪고 나서 선을 이렇게 정했어요.
두 번째에서 실수가 나요. 지난번에 하신 얘기를 제가 기억하고 있으면 기분 좋으신 분도 있고, 그걸 다 듣고 있었나 싶어 불편하신 분도 계세요.
그래서 저는 손님이 먼저 꺼내신 얘기만 이어받아요. 제가 먼저 묻지는 않고요.
이름을 외우는 게 좋은 거라고들 하시는데 저는 좀 조심스러워요.
가게에서 이름이 불리면 다른 손님도 다 들으시거든요. 그걸 부담스러워하시는 분이 계세요. 그래서 저는 이름을 알아도 잘 안 불러요.
대신 얼굴과 취향은 기억해둬요. 부르지 않아도 알아본다는 건 전해지더라고요.
이게 좀 뒤집힌 것 같지만 실제로 그래요.
처음 오신 분한테는 말을 조금 더 걸어요. 편하게 계시라는 신호가 필요하니까요. 매일 오시는 분한테는 오히려 말을 덜 해요. 그분은 이미 편하시고, 매번 대화를 해야 하면 그게 일이 되거든요.
혼자 조용히 계시려고 오시는 단골이 꽤 많아요. 그분들한테는 아무 말 안 하는 게 제일 좋은 서비스예요.
단골을 만드는 건 기억하는 게 아니라 편하게 두는 거더라고요.
혹시 알아봐드리는 게 부담스러우시면 말씀하셔도 돼요.
그냥 조용히 있고 싶다고 하시면 저희는 그렇게 해요. 서운해하지 않아요. 오히려 안 오시는 것보다 말씀해주시는 게 훨씬 나아요.
가게에서 알아봐드리는 게 반가우신지 부담스러우신지 궁금하네요. 그것도 사람마다 다르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