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꺼운 사전을 들고 대출대까지 오셨다가 안내를 듣고 돌아서신 분이 있었습니다. 잠깐 서 계시더니 필요한 쪽만 사진으로 찍어 가시더군요.
그게 정답입니다. 다만 왜 그런 책이 있는지는 아무도 안 알려드리죠. 그 얘기를 적어두겠습니다.
책 등이나 검색 화면에 관내 열람이라고 붙은 것들이 있습니다. 여기서만 보고 가시라는 뜻이죠.
이 표시가 붙는 건 대개 이런 책들입니다.
이유는 셋으로 정리되죠.
하나, 여러 사람이 잠깐씩 씁니다. 사전은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책이 아니죠. 한 사람이 이 주를 가져가면 그동안 다른 사람이 한 쪽도 못 봅니다. 오래 붙들 필요가 없는 책일수록 안 나갑니다.
둘, 대신할 것이 없습니다. 절판됐거나 한 권뿐인 자료는 잃어버리면 끝입니다. 값을 물어내셔도 그 책이 돌아오지는 않죠.
셋, 물리적으로 상하기 쉽습니다. 오래된 자료는 옮기는 것만으로도 상합니다.
그렇다고 그 자리에서 다 읽고 가시라는 뜻은 아닙니다. 방법이 몇 가지 있습니다.
복사와 스캔. 저작권법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일부를 복사하거나 스캔하실 수 있습니다. 대개 한 저작물의 일부까지고, 관마다 기준이 있으니 물어보시면 됩니다.
사진 촬영. 관에 따라 개인 이용 목적의 촬영을 허용합니다. 플래시를 끄시고, 되는지 한 번 물어보시는 게 좋습니다.
같은 내용의 다른 책. 참고도서에 있는 내용이 대출 가능한 개론서에 정리돼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건 물어보시면 저희가 찾아드릴 수 있죠.
여기서 헷갈리시는 분이 많더군요. 대출 중과 관내 열람은 다른 상태입니다.
대출 중이면 기다리면 됩니다. 예약을 걸면 순번이 오죠. 그런데 관내 열람은 아무리 기다려도 안 나갑니다. 그러니 예약을 걸어놓고 기다리시면 시간만 갑니다.
검색 화면에서 이 둘을 구분해두는 곳이 많으니, 한 번 확인하시면 헛걸음을 줄이실 수 있습니다.
어떤 것은 가질 수 없어서가 아니라, 모두의 것이어야 해서 가져갈 수 없다.
저는 이 제도를 불편으로만 보지 않습니다.
집에 사전을 갖춘 사람은 이제 드물죠. 값도 비싸고 자리도 차지하니까요. 그런데 일 년에 두어 번은 필요합니다. 그 두어 번을 위해 사지 않아도 되게 하는 게 이 책들이 여기 있는 이유입니다.
빌릴 수 없다는 건 언제 오셔도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대출 중이라 헛걸음하실 일이 없죠.
사진을 찍어 가셨던 그분은 그 뒤로 몇 번 더 오셨습니다. 그 사전을 보러요. 그게 이 책의 쓰임새가 맞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