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해드린 책을 한 주 만에 반납하시면서 좋았다고 하신 분이 있었습니다.
갈피는 앞쪽에 꽂혀 있었죠. 안 읽으셨는데 제 성의를 생각해서 그러신 겁니다. 저는 그날 권하는 방식을 다시 봤습니다.
권할 때 우리는 대개 내가 좋았던 책을 꺼냅니다. 그게 성의니까요.
그런데 받는 쪽에서는 그게 부담이 됩니다. 안 맞으면 말하기 어렵고, 안 읽으면 미안해지죠. 앞서 책을 추천해달라는 말이 부담스럽다는 얘기를 적은 적이 있는데, 받는 쪽도 같은 부담을 집니다.
그래서 저는 좋은 책을 고르는 대신 지금 그 사람 자리에 맞는 책을 찾습니다.
안내데스크에서 권할 때 저는 이 셋을 봅니다.
지금 무엇이 궁금하신가. 취향보다 이게 먼저입니다. 궁금한 게 있으면 어려운 책도 읽히고, 없으면 쉬운 책도 안 읽힙니다.
최근에 읽고 별로였던 건 뭔가. 좋았던 책보다 이쪽이 정확합니다. 싫었던 이유에 그 사람의 기준이 들어 있거든요.
시간이 얼마나 있으신가. 아무리 좋아도 지금 못 읽을 두께면 소용이 없습니다.
이것도 배운 건데, 한 권을 딱 짚어 드리면 거절하기가 어려워집니다.
두세 권을 놓고 고르시게 하는 편이 낫습니다. 그러면 안 고른 책이 생기고, 안 골랐다는 게 거절이 아니라 선택이 되죠. 받는 쪽이 훨씬 편합니다.
그냥 좋다고 하면 정보가 없습니다. 어디가 좋았는지 한 줄이면 상대가 판단할 수 있죠.
이런 한 줄이 붙으면 그 책이 자기와 맞는지 상대가 직접 가늠합니다. 그게 권하는 쪽의 일이기도 하고요.
마지막이 제일 크게 작동합니다. 권하면서 안 맞으면 덮으셔도 된다는 말을 같이 하시는 겁니다.
그 한마디가 있으면 받는 쪽이 부담 없이 폅니다. 그리고 부담 없이 편 책이 오히려 끝까지 가더군요.
권하는 일은 건네는 데서 끝나야 한다. 읽었는지 묻는 순간 그것은 숙제가 된다.
저는 그 뒤로 읽으셨는지 안 묻습니다. 반납하시면 그냥 받고요.
대신 다음에 권할 때 뭐가 궁금하신지부터 여쭤봅니다. 그렇게 바꾸고 나서 갈피가 뒤쪽에 꽂혀 돌아오는 일이 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