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왼손으로 눌러 펴놓고 오른손으로 메모하시던 분이 있었습니다. 책이 자꾸 닫혀서 열 번쯤 다시 펴시더군요.
그날 독서대를 하나 내드렸습니다. 그 뒤로는 한 시간 넘게 그대로 계셨죠.
먼저 이 말씀부터 드리는 게 맞겠습니다. 좋은 도구를 갖춘다고 더 읽게 되지는 않습니다.
앞서 읽을 시간 만드는 얘기에서 적은 대로 자리와 순서가 먼저고, 도구는 그다음입니다. 도구부터 갖추고 시작하시면 준비만 하다 끝나는 경우가 많죠.
다만 몸이 편해지면 버티는 시간이 늘어납니다. 그 정도가 도구가 하는 일입니다.
오래 보면서 정리된 것들입니다.
독서대. 이게 가장 크게 작동합니다. 앞서 졸음 얘기를 적었는데 목이 숙여지는 자세가 졸음을 부르거든요. 책을 세워두면 그 자세가 바뀝니다. 손도 자유로워지고요.
조명. 어두운 데서 읽으면 눈이 먼저 지칩니다. 옆이나 뒤에서 오는 빛이 좋고, 화면을 보시면 밝기를 낮추시는 게 낫죠.
얇은 갈피 여럿. 여러 권을 같이 읽으실 때 필요합니다. 두꺼운 건 책등을 벌리니 피하시고요.
북 웨이트. 책을 눌러두는 무게추인데, 독서대가 있으면 덜 필요합니다. 전용 필기구. 여백에 쓰실 거면 연한 연필이 낫습니다. 지울 수 있으니까요. 다만 볼펜으로 쓰셔도 큰일은 안 납니다. 독서 장갑이나 받침. 귀중자료 다루는 자리가 아니면 안 쓰셔도 됩니다.
속독 기구나 훈련 도구. 앞서 빨리 읽는 법에서 적었듯 속도는 배경 지식에서 나옵니다. 기구로 안 됩니다.
너무 비싼 갈피. 잃어버립니다. 영수증이 가장 흔한 갈피인 데는 이유가 있죠.
보기 좋은 수납. 책을 예쁘게 꽂는 도구를 먼저 사시면 읽는 일이 정리하는 일로 바뀝니다.
도구는 몸이 하는 일을 덜어줄 뿐이다. 읽는 일 자체를 대신하지는 못한다.
마지막으로 실무적인 말씀을 드리자면, 사기 전에 써보실 수 있습니다.
독서대와 확대경을 갖춰두고 관내에서 빌려주는 곳이 많습니다. 앞서 글자가 작아 못 읽을 때 얘기에서 적은 독서확대기도 그중 하나죠. 데스크에 물어보시면 됩니다.
한 시간 넘게 앉아 계셨던 그분은 다음 주에 독서대를 사 오셨습니다. 써보시고 정하신 거라 잘 쓰시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