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람실에 이십 분쯤 앉아 계시다가 짐을 챙겨 나가신 분이 있었습니다. 조금 뒤에 건너편 카페 창가에 앉아 계시더군요.
같은 책을 들고 계셨습니다. 값을 내고 자리를 옮기신 겁니다. 저는 그 장면을 몇 번 봤고, 그때마다 여기 뭐가 부족한가를 생각합니다.
물어보면 대개 이런 대답이 돌아오죠.
너무 조용해서 부담스럽다는 말이 제일 많습니다. 페이지 넘기는 소리도 크게 들리니 오래 못 앉아 있겠다고요. 그다음이 커피를 못 마신다는 것이고, 셋째가 자리가 딱딱하다는 것입니다.
한 분은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도서관은 공부하는 데 같아서 그냥 읽으러 오기가 애매하다고요. 그 말이 오래 남았습니다.
여기가 제가 배운 대목입니다. 우리는 조용함을 이 공간의 장점으로 내세우죠.
그런데 그 조용함이 긴장으로 바뀌는 자리가 있더군요. 아무 소리도 나면 안 되는 공간에서 사람은 자기 소리를 계속 관리합니다. 그러면 책이 아니라 자기 몸에 신경을 쓰게 되죠.
카페의 소음은 반대로 작동한다고들 하십니다. 적당한 소리가 있으면 내 소리가 묻히니까 오히려 편하다고요.
이건 좀 뜻밖이었습니다. 값을 내는 쪽이 마음이 편하다는 말씀을 여러 번 들었죠.
한 잔 시켰으니 두 시간은 내 자리라는 계산이 서죠. 도서관은 공짜인 대신 누구 자리도 아니라서 오래 앉아 있으면 눈치가 보인다는 겁니다.
공짜인 것이 늘 문턱을 낮추지는 않는다는 걸 저는 이 얘기에서 배웠습니다.
이런 말씀들이 쌓이면서 바뀌고 있는 것도 있죠.
말해도 되는 열람 공간을 따로 두거나, 뚜껑 있는 잔은 허용하거나, 소파를 놓는 관이 늘었다고 들었습니다. 저희도 조용한 자리와 편한 자리를 나눠보려는 논의가 있죠.
다만 다 바꿀 수는 없죠. 조용함이 필요해서 오시는 분들이 여전히 계시고, 그분들의 자리를 줄이면서까지 할 일은 아니니까요. 한쪽을 늘리면 한쪽이 줄어드는 자리라 조심스럽습니다.
어떤 공간이 사랑받는 이유와 외면받는 이유는 대개 같은 성질에서 나온다.
이 얘기를 도서관이 이겨야 한다는 쪽으로 끌고 가고 싶지는 않습니다.
읽는 사람이 늘면 어디서 읽든 좋은 일입니다. 카페에서 두 시간을 읽으셨다면 그건 우리가 진 게 아니라 그 두 시간이 생긴 겁니다.
다만 값을 내지 않고 앉을 자리가 필요한 날이 누구에게나 오죠. 그날은 여기가 필요하죠. 저희는 그 자리를 계속 열어두는 쪽으로 하겠습니다.
건너편 창가에 앉으셨던 그분은 다음 주에 여기서 책을 빌려 가셨습니다. 읽는 자리와 빌리는 자리가 달라도 저는 괜찮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