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상을 한 아이가 열람석에 앉아 있었습니다. 독서 골든벨 행사에서 두 번째 문제에 탈락했다고요. 그런데 가만히 보니, 탈락한 문제의 답이 나온 쪽을 찾아 다시 읽고 있더군요.
손님들 말과 뉴스를 보면, 도서관이나 학교, 지역에서 독서 골든벨 행사를 여는 곳이 있다고 합니다. 정해진 책 몇 권을 미리 읽고, 그 책에 관한 퀴즈를 풀어 마지막까지 남는 사람이 이기는 방식이죠.
가을 독서의 달 무렵이나 방학에 많이 열린다고 들었습니다. 대상 나이와 방식은 곳마다 다르겠죠.
탈락한 아이. 처음엔 억울해서 울었는데, 그 문제를 다시 찾아보다가 그 장면이 사실 제일 재밌었다고요. 끝까지 남은 아이의 엄마. 아이가 대회 준비하면서 같은 책을 세 번 읽었다고 하시더군요. 세 번째엔 대회보다 이야기가 좋아서 읽었다고요. 처음엔 억지로 나간 아이. 엄마가 시켜서 나갔는데, 지정 도서 중 한 권이 마음에 들어 그 작가 책을 다 찾아 읽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솔직히 걱정이 먼저 들었습니다. 앞서 책 읽기가 숙제가 된 아이를 본 이야기와 아이가 책을 안 읽는 이유를 적었는데, 시키면 시킬수록 멀어진다고 했죠. 퀴즈가 책을 시험으로 만들지 않을까 싶었죠.
그런데 손님들 이야기를 들어 보니 꼭 그렇지만은 않더군요. 대회는 처음 책을 펼치게 하는 계기였고, 그다음은 책이 알아서 아이를 끌고 가더군요. 앞서 도서관 독서 마라톤을 적었을 때도 같은 걸 느꼈습니다.
다만 하나는 기억해 두고 싶군요. 맞힌 답보다 그 책을 좋아하게 됐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요.
정답을 맞히려 읽은 책은 대회와 함께 끝난다. 그러나 그 책을 좋아하게 된 아이에게는 이제 막 시작이다.
그 아이는 그 책을 끝까지 다시 읽고 반납하며 말했습니다. 내년엔 꼭 끝까지 남을 거라고요. 그러고는 그 작가의 다른 책을 빌려 갔죠. 대회 책이 아닌데도요.
퀴즈는 언젠가 끝납니다. 저는 그 아이들이 대회가 끝난 뒤에도 다음 책을 찾아올 수 있도록, 정답보다 오래 남을 책들을 서가에 채워 두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