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실에서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시던 분이 있었습니다. 읽다 말고 이 글자 뭐야, 하고 물으셨죠.
아이가 몸을 뒤로 뺐습니다. 그 장면을 저는 자주 봅니다. 좋은 마음으로 하시는 건데 그 순간 방향이 어긋나더군요.
먼저 이것부터 갈라야 합니다. 읽어주는 시간과 글자를 가르치는 시간은 목적이 다릅니다.
읽어주는 시간에 아이가 배우는 건 글자가 아니라 이야기가 재미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시간이 편하다는 것이고요. 그 둘이 붙어야 나중에 혼자 펼칩니다.
여기에 글자 확인이 끼어들면 그 시간은 시험이 됩니다. 시험은 아무도 다시 하고 싶어 하지 않죠.
어린이실에서 잘 되는 자리를 보면 공통점이 있습니다.
속도를 아이에게 맞춥니다. 아이가 그림을 보고 있으면 넘기지 말고 기다리시면 됩니다. 어른은 글자를 보고 아이는 그림을 보거든요.
틀려도 그냥 둡니다. 아이가 아는 대목을 먼저 말하거나 딴 얘기를 하면 그대로 받아주시면 됩니다. 그게 참여지 방해가 아닙니다.
같은 책을 여러 번 읽어줍니다. 아이가 같은 책만 가져오면 지겨우시겠지만, 반복이 아이한테는 배우는 방식입니다.
중간에 물으실 거면 내용을 물으십시오. 이 글자 뭐냐가 아니라 얘는 왜 이랬을까 쪽이요.
혼자 읽을 수 있게 되면 그만두시는 분이 많은데, 저는 좀 더 하시라고 말씀드립니다.
혼자 읽는 힘보다 듣고 이해하는 힘이 한동안 앞서 있습니다. 그래서 혼자서는 아직 못 읽는 좋은 이야기를 읽어주기로 만나게 해줄 수 있죠. 그 시기가 꽤 오래갑니다.
읽어주기를 그만두는 시점은 아이가 정하게 두시면 됩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게 제일 큽니다.
의무로 읽어주면 목소리에 그게 실립니다. 아이는 내용보다 그 결을 먼저 알아채죠. 그래서 어른이 읽어도 괜찮은 책을 고르시는 게 실제로 중요합니다.
어린이책 중에 어른이 읽어도 좋은 것들이 있습니다. 그런 걸 골라드리는 것도 저희가 하는 일이니 물어보시면 됩니다.
아이는 무엇을 읽었는지보다, 그때 옆에 누가 있었는지를 오래 기억한다.
글자를 짚으셨던 그분께 저는 이 말씀을 드렸습니다.
이야기를 좋아하게 된 아이는 글자를 스스로 배웁니다. 궁금해지니까요. 반대로 글자부터 배운 아이가 이야기를 좋아하게 되는 건 훨씬 어렵더군요.
순서가 그쪽입니다. 재미가 먼저고 글자는 그다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