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히는 대목에서 입만 움직이시던 분이 있었습니다. 소리는 거의 안 나고 입술만 움직이셨죠.
그러다 어느 순간 고개를 끄덕이시고 다음 장으로 넘어가시더군요. 그 방법은 실제로 잘 듣습니다.
눈으로 읽으면 우리는 문장을 덩어리로 지나갑니다. 아는 형태가 나오면 확인을 안 하고 넘어가죠. 그래서 빠릅니다.
소리 내어 읽으면 그게 안 됩니다. 모든 낱말을 하나씩 거쳐야 하죠. 그러면 눈으로 지나갔던 자리에서 걸립니다. 걸린다는 건 이해가 덜 됐다는 뜻이고요.
앞서 필사 얘기를 하면서 손으로 옮겨 적으면 문장 구조가 드러난다고 적었는데, 낭독도 같은 자리에서 작동합니다. 다만 훨씬 빠르죠.
아무 데서나 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이런 자리에서 효과가 큽니다.
문장이 긴 글. 어디서 끊어야 하는지가 소리를 내면 잡힙니다. 번역서에서 자주 그렇죠. 논리가 꼬인 대목. 두 번 읽어도 안 잡히면 소리 내어 한 번 읽어보시면 됩니다. 시와 희곡. 이건 원래 소리로 되어 있는 글이라 눈으로만 읽으면 절반이 빠집니다. 내가 쓴 글. 어색한 자리가 눈으로는 안 걸리는데 입으로는 걸립니다.
한쪽만 말씀드리는 건 공정하지 않겠죠.
빨리 훑어야 하는 글에서는 오히려 느려집니다. 정보를 찾는 읽기에는 안 맞죠. 그리고 소리 내는 데 힘이 들어가면 뜻이 안 들어옵니다. 발음에 신경 쓰다 내용을 놓치는 경우가 있거든요.
그래서 저는 전체를 낭독하지 않습니다. 막히는 문단만 합니다.
여기가 현실적인 문제죠. 열람실에서 소리를 낼 수는 없습니다.
입만 움직이셔도 됩니다. 소리를 안 내도 입 모양을 만드는 것만으로 상당 부분 효과가 납니다. 그분이 하시던 게 그거였고요.
정말 소리를 내고 싶으시면 말해도 되는 공간이 있는 관을 쓰시거나, 그 대목만 사진으로 찍어 두셨다가 집에서 하시면 됩니다.
눈은 아는 것을 확인하고, 입은 모르는 것을 드러낸다.
한 가지만 갈라두겠습니다. 앞서 아이에게 읽어주는 얘기를 적은 적이 있는데 그건 목적이 다릅니다.
읽어주기는 듣는 사람을 위한 것이고, 낭독은 읽는 사람 자신을 위한 것이죠. 그래서 낭독할 때는 잘 읽으실 필요가 없습니다. 더듬어도 되고 중간에 멈추셔도 됩니다.
막히는 대목이 있으시면 한 문단만 소리 내어 보십시오. 그것만으로 풀리는 자리가 생각보다 많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