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표사 얘기가 나오니까 그러더라고. 저건 무림인이 아니라 그냥 일꾼 아니냐고.
나는 그 말이 좀 아까웠어. 무림인은 뭘로 먹고사나를 파고 들어가면 제일 먼저 나오는 게 이 자리거든.
표국이 왜 항상 털리냐는 얘기를 전에 했잖아. 그건 조직 얘기였어. 신용을 파는 장사라고.
표사는 그 조직에서 실제로 짐을 따라가는 사람이야. 수레 옆에 붙어서 몇백 리를 걸어. 산적이 나오면 싸우고, 안 나오면 그냥 걷지.
무공을 쓰긴 쓰는데 이게 무림인 대접을 못 받아. 왜냐면 삯을 받고 하는 일이거든.
여기가 재밌는 대목이야. 무협에서 돈 받고 무공을 쓰는 걸 좀 낮춰 봐.
문파 사람은 명분으로 움직인다고 치거든. 협을 갚는다든가 사문의 뜻이라든가. 그런데 표사는 값을 받고 움직여. 그러니까 같은 일을 해도 이름이 달라져.
협이 정의로운 게 아니라 갚는 거라고 내가 전에 말했잖아. 그 셈법으로 보면 표사도 다를 게 없어. 다만 갚는 상대가 사람이 아니라 계약인 거지.
대접은 나빠도 실력은 다른 얘기야. 표사가 무협에서 은근히 세게 그려지는 이유가 있어.
세 번째가 핵심이야. 문파 사람은 체면 때문에 못 물러나는데 표사는 물러나. 짐만 지키면 되니까. 그게 오래 사는 방식이지.
표사가 나오는 대목을 잘 보면 그 사람 인생이 다 보여.
몇 번째 표행인지, 어디까지 가봤는지, 같이 가던 사람이 몇이나 남았는지. 무협에서 이 인물이 늙어서 나오면 대개 한마디를 아주 정확하게 하는 사람으로 그려져. 겪은 게 많아서 그래.
낭인 얘기를 전에 했잖아. 소속 없이 떠도는 놈들. 표사는 그중에서 소속을 하나 얻은 쪽이야. 표국에 이름이 있으니까 낭인보다는 낫고, 문파 사람보다는 아래고. 그 중간에 서 있는 자리지.
주인공이 표행에 끼는 전개가 무협에 자주 나와. 이유가 있어.
돈이 없고 갈 데가 없을 때 제일 먼저 잡을 수 있는 일이거든. 그리고 표행을 따라가면 저절로 여러 지방을 돌게 돼. 이야기가 굴러가지.
그 과정에서 만나는 게 상단이고 산적이고 다른 표국이야. 강호가 실제로 어떻게 굴러가는지를 배우는 자리인 거고.
나는 무협을 하나도 모르는 채로 여기 떨어져서 객잔이나 하는 놈이잖아. 그래서 이런 자리가 눈에 들어와.
무공이 얼마나 센지보다 뭘 해서 밥을 먹는지가 그 인물을 더 정확하게 말해주더라고. 삯을 받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야. 다들 뭔가는 해서 먹고살아야 하잖아.
어느 인물이 뭘로 먹고사는지 궁금하면 말해봐. 그거 파는 게 재밌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