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그러더라고. 표국이나 상단이나 수레에 짐 싣고 길 가는 건 똑같지 않냐고.
나는 상 위에 수레를 두 번 그려 보였어. 짐은 같은데 그 짐이 누구 거냐가 달라.
이 한 줄이면 끝나.
상단은 자기 물건을 옮겨.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게 일이지. 물건이 자기 거니까 팔려야 돈이 돼. 안 팔리면 그 손해가 자기 거고.
표국은 남의 물건을 옮겨. 맡기는 사람이 값을 내고, 표국은 그걸 무사히 갖다 주면 끝이야. 물건이 비싸든 싸든 표국 몫은 정해져 있어.
이 차이가 그대로 성격이 돼.
세 번째가 확실하지. 관도 얘기를 전에 했잖아. 표국은 대개 큰길을 쓴다고. 정해진 길로 가야 맡긴 쪽이 안심하니까 그래.
표국은 왜 항상 털리냐는 얘기를 전에 했잖아. 운송이 아니라 신용장사라고.
다시 짚어두면 이거야. 표국이 받는 값은 짐을 옮긴 값이 아니라 책임진 값이야. 털리면 물어줘야 하니까. 그래서 한 번 크게 털리면 표국이 문을 닫아. 물건값을 다 물어주고 나면 남는 게 없어.
상단은 털려도 그 물건만 잃어. 아프긴 한데 문을 닫을 정도는 아니지.
상단 얘기를 전에 했어. 무림에서 장사하는 놈들.
그때 표국에 짐을 맡긴다고 적었잖아. 그게 이 둘의 관계야. 상단이 물건 주인이고 표국이 운반을 맡아. 그러니까 무협에서 털리는 장면이 나오면 대개 짐은 상단 거고 지키는 놈은 표사야.
표사 얘기를 할 때도 말했지만 표사는 삯을 받고 남의 짐을 지켜. 자기 물건이 아니니까 이기는 게 목표가 아니라 짐을 지키는 게 목표야.
이건 좀 의외일 텐데, 세력으로는 상단이 커.
돈이 있고 여러 데랑 거래하니까. 표국은 한 번 털리면 끝인데 상단은 한 군데서 손해 봐도 다른 데서 메워. 그리고 표국을 고용하는 쪽이 상단이잖아. 값을 주는 쪽이 세지.
그래서 작품에서 표국이 상단한테 굽히는 장면이 나와. 무공은 표국이 센데 말은 상단이 해.
나는 무협을 하나도 모르는 채로 여기 떨어진 놈이라 처음엔 수레 나오면 다 같은 줄 알았어.
지금은 하나만 봐. 그 짐이 누구 거냐. 자기 거면 상단이고 남의 거면 표국이야. 그거 하나면 그 조직이 뭘 무서워하는지까지 따라와.
어느 쪽이 궁금한지 말해봐. 뭘로 먹고사는지부터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