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분야 실용서를 다섯 권째 빌려 가시던 분이 있었습니다. 아직 하나도 못 해봤다고 하시더군요.
책이 부족해서가 아니었습니다. 다섯 권을 읽는 동안 한 번도 안 해보신 게 문제였죠.
먼저 이걸 갈라야 합니다. 소설과 실용서는 다루는 방식이 다릅니다.
소설은 읽는 동안 일이 일어납니다. 다 읽으면 그것으로 끝나고요. 실용서는 읽는 동안은 아무 일도 안 일어납니다. 덮은 다음에 무언가를 해야 그때 일이 일어나죠.
그러니 실용서를 소설처럼 읽으면 다 읽었는데 아무것도 안 달라지는 게 당연합니다.
여기가 뜻밖이라고 하시는 대목입니다. 실용서는 완독이 목표가 아닙니다.
책 한 권에 방법이 스무 개 들어 있으면 그중 나에게 맞는 건 두세 개죠. 나머지는 다른 사람 사정에 맞춘 겁니다. 전부를 읽고 전부를 기억하려 하면 하나도 안 남습니다.
앞서 골라 읽는 얘기를 적었는데, 실용서가 그 방식이 가장 잘 맞는 종류입니다.
하나, 목차를 보고 지금 필요한 장을 고릅니다. 앞에서부터 안 읽습니다.
둘, 그 장을 읽고 하나만 고릅니다. 오늘 할 수 있는 것 하나요.
셋, 책을 덮고 그걸 해봅니다. 여기가 핵심입니다. 다음 장으로 안 넘어갑니다.
넷, 해보고 나서 다시 폅니다. 해보면 궁금한 게 생기는데, 그 물음을 갖고 읽으면 같은 쪽이 다르게 읽힙니다.
같은 분야 책을 여러 권 읽으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저도 그럽니다.
그런데 실용서는 겹치는 내용이 많습니다. 두 권째부터는 아는 얘기가 절반이죠. 읽는 동안 뭔가 하고 있다는 느낌은 드는데 실제로는 안 하고 있는 겁니다. 이게 이 갈래의 함정입니다.
한 권에서 하나를 해보고 안 되면, 그때 두 번째 책을 보시면 됩니다. 그러면 두 번째 책에서 읽을 자리가 정확해집니다.
요리책을 열 권 읽은 사람과 한 번 요리해본 사람 중에 누가 요리를 아는가.
한 가지 덧붙이자면, 실용서는 안 맞으면 빨리 덮으셔도 되는 종류입니다.
저자의 사정과 내 사정이 너무 다르면 그 방법은 안 됩니다. 억지로 맞추려다 나만 이상한 사람이 되죠. 세 꼭지를 읽어보고 내 자리와 안 겹치면 다른 책으로 가시면 됩니다.
다섯 권째 빌려 가셨던 그분은 그날 한 권만 들고 가셨습니다. 다음에 오셔서 하나 해봤다고 하시더군요. 그 하나가 다섯 권보다 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