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납하기 전에 표지를 찍으시고, 뒤표지도 한 번 더 찍으신 분이 있었습니다.
기록으로 남기시는 거라고 하시더군요. 요즘 이런 분이 많습니다. 저도 그 마음을 압니다.
왜 올리시느냐고 여쭤보면 대답이 몇 갈래로 나옵니다.
안 그러면 잊어버려서요. 무슨 책을 읽었는지 기억이 안 나니까 남겨두신다고요. 다 읽었다는 표시가 필요해서요. 한 권 끝냈다는 게 눈에 보여야 다음 권을 잡게 된다고 하십니다. 같은 책 읽은 사람이 반가워서요. 올리면 아는 사람이 답을 달고, 그게 좋다고요.
셋 다 이해가 됩니다. 실제로 이게 읽는 양을 늘리는 것도 맞고요.
다만 이 습관 안에 두 가지가 섞여 있습니다.
남기는 쪽은 나를 향합니다. 나중에 내가 다시 볼 기록이죠. 이건 오래전부터 있던 일이고 도움이 됩니다.
보여주는 쪽은 밖을 향합니다. 누가 볼지를 의식하는 순간부터 무엇을 읽을지에 그게 섞이기 시작하죠.
두 쪽 다 있는 게 자연스럽습니다. 다만 뒤쪽이 앞쪽을 밀어내면 그때 방향이 바뀝니다.
여기가 실제로 보이는 대목입니다.
올릴 걸 전제하고 고르면 올릴 만한 책을 고르게 됩니다. 표지가 예쁜 것, 남들도 읽는 것, 말하기 좋은 것이요. 반대로 남 보기에 시시해 보이는 책은 손이 덜 가죠.
그런데 앞에서도 적었지만 남 눈에 맞춰 고른 책은 대개 끝까지 안 읽힙니다. 읽고 싶어서 고른 게 아니니까요.
또 하나 있습니다. 올리려면 다 읽어야 하니 완독이 목표가 되는 것이죠.
그러면 안 맞는 책을 끝까지 붙들고 있게 됩니다. 중간에 덮으면 올릴 게 없으니까요. 골라 읽거나 도중에 그만두는 게 나은 책이 분명히 있는데 그 선택이 어려워집니다.
무엇을 했는지 보여주기 시작하면, 보여줄 수 있는 것만 하게 되기 쉽다.
이 얘기를 걱정으로만 끝내고 싶지는 않습니다.
기록이 남으면 몇 해 뒤에 내가 무엇을 읽었는지 알 수 있고, 그건 꽤 값진 목록입니다. 그리고 올리는 덕에 더 읽으신다면 그것만으로 이 습관은 값을 하죠.
다만 가끔 한 번씩 확인해보시면 좋겠습니다. 이 책을 읽고 싶어서 고른 건지, 올리고 싶어서 고른 건지. 그 물음에 답하실 수 있으면 계속하셔도 됩니다.
뒤표지까지 찍으셨던 그분은 그날 아무한테도 안 보여주는 노트도 따로 쓰신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그 노트 쪽이 더 궁금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