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번이고 같은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는 동생을 둔 언니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동생을 보며 "안타깝다"고 말하셨다고요.
그런데 그날 밤 동생에게 보낼 메시지를 다섯 번 썼다 지우셨답니다. 그 손에는 안타까움만 있지 않았습니다. 하고 싶은 말이 막혀 있었죠. 그건 답답함이었습니다.
안타까움과 답답함은 둘 다 누군가의 일을 보며 마음이 편하지 않은 감정입니다.
한숨이 나오고, 그 사람 생각이 자꾸 나고, 무언가 해주고 싶어집니다. 편하지 않다는 점이 같으니 섞어 쓰시는 거죠. 그렇다면 무엇이 둘을 가를까요?
안타까움은 그 사람이 잘 안 되는 것이 마음 아픈 감정이고, 답답함은 내가 무언가를 하고 싶은데 막혀서 풀리지 않는 감정입니다.
안타까움의 중심에는 그 사람이 있습니다.
동생이 또 손해를 볼까 봐 마음이 아픕니다. 내가 무엇을 하든 못 하든, 그 사람이 겪는 일이 아픈 거죠. 그래서 안타까움은 조용합니다. 지켜보는 쪽의 감정이니까요.
안쓰러움과 안타까움, 미안함과 안타까움의 차이는 전에 다룬 적이 있습니다. 여기서는 답답함과의 경계만 보겠습니다.
답답함의 중심에는 내가 있습니다.
말하고 싶은데 말이 먹히지 않을 것 같고, 막고 싶은데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내 쪽에서 무언가가 나가지 못하는 거죠. 그래서 답답함은 시끄럽습니다. 썼다 지운 메시지 다섯 개가 그 소리였습니다.
막막함과 답답함의 차이도 전에 다뤘습니다. 거기서는 길이 없느냐 막혔느냐로 갈랐고요.
이렇게 물어보시면 됩니다.
둘이 함께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끼는 사람일수록 안타까움 뒤에 답답함이 따라오겠지요.
안타까움이라면 그 마음을 그대로 전하시면 됩니다. "네가 걱정돼" 한 줄이면 됩니다.
답답함이라면 막힌 말이 무엇인지 먼저 정리하시면 됩니다. 다섯 번 쓴 메시지 가운데 꼭 하고 싶은 한 문장만 남기는 식으로요.
잠을 못 주무시거나, 일상이 무너지고 있거나, 몸에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면 그건 제가 다룰 수 있는 범위가 아닙니다. 그럴 때는 저 말고 전문가를 찾으셔야 합니다. 이름을 붙이는 일과 치료하는 일은 다릅니다.
저는 이름까지만 붙입니다.
편하지 않은 것은 같습니다. 내가 막힌 것이 있는지만 보시죠.
구분하면 할 일이 갈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