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 손님 한 분이 원화 앞에서 코가 닿을 듯 가까이 들여다보고 계셨다고 합니다. 다른 동네 도서관의 그림책 원화전 이야기였죠. 그 손님이 제게 전해 주며 말씀하셨습니다. 책에서 볼 때는 몰랐는데, 연필 자국이 다 보이더라고요.
손님들 말과 뉴스를 보면, 도서관에서 그림책에 실린 그림의 원본을 벽에 걸어 전시하는 원화전이 열린다고 합니다. 원화는 작가가 직접 그린 그림을 말하죠. 그 그림을 찍어 책으로 인쇄하는 겁니다.
작가와의 만남이나, 원화와 그림책을 나란히 두고 비교해 보게 하는 곳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방식은 곳마다 다르겠죠.
연필 자국을 본 손님. 인쇄된 그림은 매끈한데, 원화엔 지우개 자국과 덧칠한 흔적이 다 남아 있었다고요. 그림이 갑자기 사람 손으로 느껴졌다고 하시더군요. 아이와 함께 간 엄마. 아이가 매일 밤 읽던 그림책 속 그림이 벽에 크게 걸려 있으니, 아이가 그 앞에서 한참 움직이지 않았다고요. 그림을 그리는 학생. 작가가 색을 몇 번 겹쳤는지 보려고 같은 그림 앞에 세 번 갔다고 하더군요.
앞서 어른이 그림책을 읽는 이유와 그림이 많은 책 보는 순서를 다룬 글이 있는데, 원화전은 그림책을 책 바깥에서 다시 보는 자리더군요.
그리고 앞서 쓴 사람을 알고 나서 그 책이 달라 보이는 마음을 다룬 글이 있는데, 원화 앞에서는 그린 사람의 손을 만나게 됩니다. 인쇄로는 다 담기지 않는 그 손의 흔적이요. 앞서 사물을 아름답게 보는 법 니체를 적으며 가까이서, 멀리서, 다른 빛에서 보라고 했는데, 원화전은 그림을 아주 가까이서 보는 자리였습니다.
인쇄된 그림은 수천 권으로 퍼지지만, 그린 손의 떨림은 원화 한 장에만 남는다.
그 손님은 그 그림책을 저희 도서관에서 다시 빌려 가셨습니다. 원화를 보고 나니 책 속 그림이 다르게 보일 것 같다고요. 다음 날 오셔서 말씀하셨죠. 책을 펼치니 그 연필 자국이 떠올라서, 한 장 한 장이 더 오래 머물렀다고.
그림책 속 그림 뒤에는 늘 그린 사람의 손이 있습니다. 저는 그 손의 흔적을 만나고 돌아온 분들이 다시 책을 펼칠 수 있도록, 그림책 서가를 정성껏 채워 두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