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한 분이 낯선 책 한 권을 들고 오셨습니다. 도서관 라벨이 없는 책이었죠. 버스 정류장 옆 공중전화 부스에서 빌려 왔는데, 어디에 돌려줘야 할지 몰라서 가져오셨다고요. 부스 안에 전화기 대신 책장이 있더라고 하시더군요.
휴대폰이 보편화되면서 공중전화를 쓰는 사람은 크게 줄었습니다. 남은 부스를 어떻게 할지가 고민이라는 뉴스가 종종 나오죠.
그중 일부를 작은 도서관이나 책 나눔 공간으로 바꾼 곳이 있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부스 안에 작은 책장을 짜 넣고, 누구나 책을 가져가고 가져다 놓을 수 있게 한 거죠. 다른 나라에서도 오래된 전화 부스를 비슷하게 쓰는 곳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운영 방식은 곳마다 다릅니다. 대출 기록 없이 자유롭게 바꿔 보는 곳도 있고, 근처 도서관이나 주민센터가 관리하는 곳도 있다더군요.
책을 들고 온 손님. 버스를 기다리다 심심해서 들어가 봤는데, 한 권 뽑아 들고 버스에 탔다고요. 그게 그렇게 재미있었다고 하셨습니다. 출퇴근길 이웃. 매일 지나가면서 책이 바뀌는 걸 보는 게 즐거움이 됐다고요. 누가 무슨 책을 두고 가는지 궁금해진다고 하시더군요. 아이와 함께 지나간 부모님. 아이가 전화기가 뭐냐고 물었다고 합니다. 책장은 알아봤는데 공중전화는 몰랐다고요.
그 손님께는 부스에 다시 갖다 두시면 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대개 서로 바꿔 보는 방식이라 정해진 반납처가 없을 때가 많으니까요. 앞서 책 바꿔 보는 모임을 적었는데, 그 모임이 길가로 나온 셈이더군요.
그리고 조금 뭉클했습니다. 사람들이 서로 말을 건네던 부스에, 이제 책이 서로에게 말을 건네고 있으니까요.
목소리가 떠난 자리에 문장이 들어섰다. 말을 잇는 방식만 바뀌었을 뿐, 그 자리는 여전히 사람과 사람을 잇는다.
그 손님은 다음 날 그 책을 부스에 돌려놓으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집에 있던 책 한 권을 같이 두고 오셨다고요. 누가 가져갈지 궁금하다고 하시더군요.
서가는 도서관 안에만 있지 않습니다. 저는 사람이 지나가는 곳마다 책 한 권이 놓일 수 있다는 걸 기억하며, 이 서가 밖으로도 이어지는 길을 제 일로 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