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깊어지면 회사마다 평가 면담 시즌이 와요. 이맘때 퇴근길 손님들 표정이 평소보다 무거워요. 면담을 앞두고 걱정하시거나, 마치고 와서 한숨을 쉬시는 분이 많거든요.
어느 저녁에 손님 한 분이 면담 끝나고 왔다며 앉으셨어요. 커피를 다 드시고 빈 잔을 한참 돌리셨어요.
"한 시간 동안 제가 일 년 동안 한 일을 설명했는데, 다섯 줄로 요약되더라고요." 웃으면서 하신 말인데 좀 쓸쓸해 보였어요. 저는 따뜻한 물 한 잔을 더 드렸어요. 그 다섯 줄 뒤에 있는 날들이 훨씬 길었을 거예요.
이맘때 평가 얘기를 들어보면 비슷해요.
세 번째 얘기가 마음에 걸려요. 잘한 일 열 개보다 아쉬웠던 한마디가 더 크게 남는 거예요. 사람 마음이 원래 그렇대요.
면담 전날 오셔서 노트에 뭔가를 적는 분도 계세요. 한 해 동안 한 일을 정리하신대요. 적다 보면 생각보다 많았다는 걸 알게 된대요.
한 손님은 그렇게 정리하다가 "제가 생각보다 많이 했네요" 하고 웃으셨어요. 면담 결과와 상관없이 그 순간이 좋아 보였어요.
손님들 얘기를 들으며 생각한 것들이에요.
첫째, 면담 전에 한 일을 적어 보세요. 작은 것까지요. 적어 두면 말하기도 쉽고, 스스로에게도 위로가 돼요.
둘째, 면담이 끝나면 바로 집에 가지 말고 잠깐 쉬어 가세요. 그날 들은 말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해요.
셋째, 평가가 전부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다섯 줄 뒤에 있는 날들은 당신이 제일 잘 알아요.
다섯 줄에 다 안 담긴 날들도 분명히 있었어요. 그 날들은 당신이 기억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