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가 쌀 포대를 쌀통에 쏟아붓고 계셨어요. 옆에서 남편이 쌀통 뚜껑을 두드리면서 팬오션 배는 딱 이렇게 싣는다고 하더라고요. 회사 동료가 보여 준 뉴스 영상에서 들었대요.
곡물이나 석탄, 철광석 같은 걸 포장도 없이 배 칸에 그대로 부어서 나른대요. 그런 배를 벌크선이라고 부른다던데요.
박예슬 배가 다 같은 배 아니에요? HMM이랑 뭐가 달라요?
남편 말로는 완전히 다르대요. 앞에서 HMM은 상자를 쌓아 싣는 배를 굴린다고 들었잖아요. 그건 정해진 길을 정해진 날에 오가는 버스 같은 거래요.
벌크선은 짐이 있는 곳으로 그때그때 찾아가는 화물 트럭 같은 거래요. 브라질에서 콩을 싣고, 호주에서 철광석을 싣고, 필요한 곳에 내려 준다던데요.
신미혜 버스는 노선표대로 다니고, 이삿짐 트럭은 부르는 집으로 가는 거예요.
이 대목이 이 회사 얘기의 핵심이래요.
벌크선 배삯은 그날그날 배를 찾는 사람과 빈 배의 수로 정해진대요. 세계 공장이 바쁘면 철광석과 석탄을 많이 나르니 배가 모자라서 삯이 오르고, 공장이 쉬면 빈 배가 남아서 삯이 떨어진다던데요. 특히 중국이 철광석을 얼마나 사 가느냐를 많이 탄대요.
박예슬 그럼 배를 더 많이 지으면 되잖아요?
남편도 그 얘기를 했어요. 배 한 척 짓는 데 몇 해가 걸리니까, 삯이 좋을 때 다들 배를 주문하면 몇 해 뒤에 한꺼번에 배가 쏟아져서 또 삯이 떨어진대요. 앞에서 반도체가 공급이 계단처럼 늘어서 흔들린다고 들었잖아요. 배도 그 결이래요.
또 하나 들은 건 주인 얘기예요. 팬오션은 몇 해 전에 하림이라는 닭고기 회사가 사서 식구로 들였대요. 앞에서 육가공 회사 얘기를 들었잖아요. 닭을 키우려면 사료 곡물을 많이 사 와야 하니까, 곡물을 나르는 배 회사와 이어진다는 얘기였대요.
그게 실제로 얼마나 서로 도움이 되는지는 저희가 밖에서 알기 어렵대요.
팬오션이 곡물·석탄·철광석을 부어 나르는 벌크선을 굴린다는 것, 정해진 길이 아니라 짐을 찾아간다는 것, 배삯이 세계 공장 사정과 중국을 따라 출렁인다는 것, 배가 늦게 지어져서 더 흔들린다는 것, 하림이 주인이라는 것.
우리가 알아낼 수 있는 건 결과가 아니라 태도라던데요. 저는 이제 해운 회사 이름을 들으면 하나는 물어봐요. 이 배는 버스래요, 트럭이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