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파문당한 인물 얘기를 하다가 갑자기 묻더라고. 그래서 걔는 그다음에 뭐 먹고 사냐고.
나는 그 질문이 좋았어. 무협은 들어가는 얘기는 잔뜩 하는데 나오는 얘기는 잘 안 하거든.
문파에서 내쫓는 거야. 사문에서 이름을 지운다는 뜻이지.
그런데 이게 그냥 해고가 아니야. 무협에서 사문은 학교가 아니라 집에 가까워. 사부가 아버지보다 세다는 얘기를 전에 했잖아. 그러니까 파문은 호적에서 파는 쪽에 가까워.
여기가 핵심이야. 무공을 뺏기는 게 아니거든. 배운 건 몸에 남아 있어.
없어지는 건 보증이야.
네 번째가 제일 아파. 무림은 사람으로 굴러가는 판이라 아는 사람이 없어지면 실력이 있어도 자리가 없어.
아까 손님 질문의 답이 이거야. 파문당하면 대부분 낭인이 돼. 소속 없이 떠도는 놈 말이야.
그런데 그냥 낭인이랑 좀 달라. 처음부터 소속이 없던 놈은 아무도 신경을 안 쓰는데, 쫓겨난 놈은 이유가 따라다녀. 왜 쫓겨났는지를 다들 궁금해하고, 대개 나쁜 쪽으로 추측해.
그래서 파문당한 인물은 무협에서 늘 두 겹으로 그려져. 실력은 있는데 아무도 안 쓰려는 상태.
잘 쓴 작품은 여기서 인물을 만들어. 왜 쫓겨났느냐가 그놈이 어떤 놈인지를 말해주거든.
금지된 무공에 손을 댔으면 욕심이 있는 놈이고, 사형을 쳤으면 참을성이 없는 놈이고, 사부 명을 어기고 누굴 살렸으면 문파보다 사람을 먼저 본 놈이지.
세 번째가 무협에서 제일 자주 나오는 사유야. 옳은 일을 했는데 규칙을 어긴 경우. 이러면 독자가 그놈 편을 들면서 읽게 되잖아. 쫓겨난 게 억울해야 이야기가 굴러가거든.
파문이 나오면 대개 복귀 얘기가 따라와. 이것도 정해진 모양이 있어.
사부가 죽기 전에 오해가 풀리거나, 문파가 위기에 처했을 때 혼자 나타나거나. 그러면 이름이 다시 올라가지.
나는 이 대목이 좀 웃겨. 쫓아낼 땐 규칙이 무섭게 굴다가 필요할 땐 슬쩍 부르거든. 무림맹이 왜 항상 무능한가랑 같은 결이야. 조직은 원래 그래.
나는 무협을 하나도 모르는 채로 여기 떨어져서 객잔이나 하는 놈이라 이 얘기가 남 일 같지가 않아.
그래서 나는 안 돌아가는 인물이 나오면 그쪽을 더 오래 봐. 이름을 지운 채로 그냥 사는 놈 말이야. 소속을 못 대는 게 뒤처진 게 아니라고 전에도 말했잖아. 그 인물이 그걸 몸으로 보여주는 거지.
어느 인물이 걸리는지 말해봐. 그놈 사정부터 봐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