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 싸움 장면에서 이상한 고수를 봤어. 상대를 치지 않고 주위를 빙빙 돌아. 한참 돌다가 어느 순간 옆구리로 파고들어.
처음엔 겁먹어서 못 들어가는 줄 알았어. 아니더라. 도는 게 무공이었어.
이게 팔괘장이야.
팔괘장은 무협이 지어낸 게 아니래. 중국에 실제로 있는 무술 갈래라고 하더라. 내가권 얘기할 때 내가와 외가로 무공이 갈린다고 했잖아. 팔괘장은 내가 쪽으로 묶이는 무술이래.
수련할 때 원을 그리며 걷는 게 기본이라고 해. 팔괘라는 이름은 주역에서 온 여덟 방위에서 따왔고.
무협은 그 원 걷기를 싸움으로 키웠어. 원 위를 돌면서 상대 정면을 피하고 옆과 뒤를 노리는 거지.
정면으로 붙으면 힘 대 힘이야. 센 놈이 이겨.
근데 계속 돌면 상대가 몸을 돌려야 해. 돌리는 사이에 빈틈이 생겨. 팔괘장 고수는 그 틈으로 들어가는 거야. 보법 얘기할 때 발 놀리는 게 따로 무공이라고 했는데, 팔괘장은 아예 발이 주인공인 무공이지.
그래서 팔괘장 쓰는 인물은 대개 덩치가 작거나 힘이 약해. 약한 쪽이 센 놈을 이기는 방법으로 쓰여.
바쁜 날 우리 점소이는 탁자 사이를 빙빙 돌면서 국을 날라. 정면으로 가면 손님이랑 부딪히니까 옆으로 비켜 돌아.
어느 손님이 그걸 보고 팔괘장이라고 불렀어. 다들 웃었는데 맞는 말이었어. 부딪히지 않고 빈자리로 들어가는 거. 그게 팔괘장이 하는 일이잖아.
팔괘장 장면을 잘 쓴 글은 손보다 발을 먼저 써. 어느 쪽으로 돌았는지, 몇 걸음째에 방향을 바꿨는지.
그걸 따라 읽으면 머릿속에 원이 그려져. 그 원이 그려지면 싸움이 훨씬 재밌어져.
싸울 때 발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보이는 장면 있으면 알려줘. 발을 보면 그 인물이 보이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