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연체 안내 문자가 왔어요. 반납일이 이틀 지났다는 내용이었지요.
그 책은 가방에 들어 있었어요. 마지막 두 장이 남아 있었거든요. 다 읽고 돌려주고 싶어서 며칠째 들고 다녔네요.
빌린 책은 늘 반납일이 문제예요.
빌릴 때는 이 주면 충분할 것 같지요. 그런데 바쁜 날이 이어지면 책은 가방 속에서 잠만 자요. 반납일이 다가오면 그제야 급하게 펼쳐보고요. 그렇게 쫓기며 읽으면 내용이 잘 안 들어오더라고요.
이번 책은 유난히 돌려보내기가 싫었어요.
읽을수록 좋은 책이었거든요. 마음에 드는 문장에는 영수증을 책갈피로 끼워뒀지요. 내 책이었다면 밑줄이라도 그었을 텐데요. 빌린 책은 아무 흔적도 남길 수 없어서 아쉬웠네요.
빌린 책은 아무 흔적도 남기지 못하지만, 읽은 사람 안에는 흔적이 남는다.
연체 문자를 받은 날 출근길 지하철에서 마지막 두 장을 읽었어요.
사람들 사이에 끼어 서서요. 마지막 문장을 읽고 책을 덮는데 좀 뭉클하더라고요. 이 책을 다 읽었구나, 하는 마음과 이제 돌려보내야 하는구나 하는 마음이 같이 들었어요.
퇴근길에 도서관 반납함 앞에 섰어요.
넣기 직전에 책장 사이에 끼워둔 영수증 책갈피들을 하나씩 빼냈지요. 여섯 장이었어요. 그 영수증들은 지갑에 넣어 왔어요. 마음에 든 문장이 몇 쪽에 있었는지 적혀 있는 셈이군요.
연체료는 몇백 원이었어요.
조금 민망했지만 아깝지는 않았어요. 그 몇백 원으로 마지막 두 장을 제 속도로 읽었으니 그걸로 됐다 싶더라고요. 다음엔 반납일을 잘 지켜야겠지만요.
다 못 읽고 돌려보낸 책도 있지요.
그래도 읽은 만큼은 내 안에 남아 있어요. 연체료보다 그 몇 장을 더 기억해줘도 괜찮은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