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지나고 객잔 손님들이 옷장 정리 얘기를 해. 날이 쌀쌀해져서 여름옷 넣고 겨울옷 꺼냈대. 뉴스에서도 환절기 옷 정리 요령 같은 게 나왔다더라.
한 손님은 하루 종일 걸렸대. 다른 손님은 꺼내놓고 아직 못 넣었대. 방바닥에 옷이 산처럼 쌓여 있다고.
재밌는 건 정리 얘기가 결국 못 버린 옷 얘기로 간다는 거야.
꺼낸 겨울옷 얘기는 한 줄인데, 몇 년째 안 입으면서 못 버린 여름옷 얘기는 끝이 없어. 처음 월급으로 산 옷, 누가 선물해준 옷, 한때 좋아했던 옷. 옷마다 사연이 붙어 있는 거지.
객잔 의자 얘기할 때 물건에 사람이 붙으면 못 버린다고 했는데, 옷도 똑같더라.
그 얘기 들으면서 무협이 떠올랐어. 무협 인물들은 옷이 거의 한 벌이야.
주인공은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색 옷을 입고 나와. 흰 옷 입은 검객은 계속 흰 옷이고, 푸른 옷 입은 협객은 계속 푸른 옷이야. 철이 바뀌어도, 몇 년이 지나도.
무복 얘기를 전에 적었어. 무림에선 옷이 곧 신분이라고. 그러니까 옷을 바꾸면 딴사람처럼 보이는 거야. 그래서 무협 인물들은 옷을 잘 안 바꿔.
그래서 무협에서 주인공 옷이 바뀌는 장면은 중요해.
산에서 내려와 처음 비단옷을 입는 장면, 문파를 떠나면서 문파 옷을 벗는 장면, 상을 당해 흰 옷으로 갈아입는 장면. 옷이 바뀔 때마다 그 인물의 자리가 바뀌어. 옷장 정리가 아니라 인생 정리인 거지.
나는 객잔 주인 옷이 두 벌이야. 여름 거랑 겨울 거. 옷장 정리할 것도 없어. 한 벌 빨고 한 벌 입고.
손님들이 그 얘기 듣고 부러워했어. 정리할 게 없어서 좋겠다고. 근데 사실은 못 버린 옷이 없어서 좀 심심하기도 해.
버리지 못한 옷 하나씩 있잖아. 그 옷 얘기 들려줘. 객잔 주인은 그런 얘기 듣는 거 좋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