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한 분이 웃으며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다른 동네 도서관의 옛 교과서 전시에 다녀왔다고요. 유리장 앞에서 할머니 한 분이 "이거 내가 쓰던 거다"라며 손주에게 표지를 가리키셨다고 하시더군요. 손주는 신기해하며 사진을 찍었고요.
손님들 말과 뉴스를 보면, 도서관이나 박물관에서 옛날 교과서를 모아 전시하는 행사가 열린다고 합니다. 시대별로 바뀐 교과서 표지와 내용을 나란히 보여 주는 식이라더군요.
옛 교과서를 직접 펼쳐 볼 수 있게 하거나, 그 시절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함께 여는 곳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방식은 곳마다 다르겠죠.
할머니와 손주. 할머니는 교과서 속 그림 하나하나를 짚으며 그 시절 학교 이야기를 하셨다고요. 손주가 처음 듣는 이야기가 많았다고 하더군요. 중년의 손님. 자기가 배운 교과서를 찾다가, 그 책에 실렸던 시 한 편을 기억해 냈다고요. 집에 와서 그 시인의 시집을 찾아봤다고 하셨습니다. 교사 손님. 같은 단원이 시대마다 어떻게 바뀌었는지 보는 게 흥미로웠다고 하시더군요.
교과서는 가장 많은 사람이 함께 읽은 책입니다. 한 세대가 같은 책으로 같은 문장을 배웠죠. 그래서 옛 교과서 앞에서는 사람들이 서로의 기억을 꺼내게 되더군요.
앞서 도서관이 동네 기록을 모으는 이유와 옛날 신문 찾아보는 법을 다룬 글이 있는데, 옛 교과서도 그런 기록입니다. 그리고 앞서 그때가 좋았다는 생각을 적었는데, 이런 전시 앞에서는 그리움이 무겁지 않고 나눌 수 있는 이야기가 되는 것 같았습니다.
한 세대가 같은 쪽을 펼쳤던 책은 그 세대의 공통 기억이 된다. 그 책이 다시 펼쳐질 때 사람들은 서로의 어린 날을 알아본다.
그 손님은 그 시집을 저희 도서관에서 빌려 가셨습니다. 교과서에 실렸던 그 시를 다시 읽으니, 그때는 몰랐던 뜻이 보인다고요. 앞서 읽은 책을 다시 읽는 게 아깝게 느껴지는 마음을 다룬 글이 있는데, 그 손님은 수십 년 만의 다시 읽기였죠.
오래된 책은 한 세대의 기억을 품고 있습니다. 저는 그 기억이 다시 펼쳐질 수 있도록, 시간이 지난 책들도 이 서가에서 소중히 지켜 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