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속담에 이런 말이 있잖아.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 피하고 싶은 사람은 꼭 피할 수 없는 데서 마주친다는 뜻이야.
무협이 이 말을 진짜로 그려. 계곡 위 좁은 다리, 절벽 길, 좁은 골목. 원수 둘이 그런 데서 딱 마주쳐.
외나무다리의 핵심은 피할 데가 없다는 거야.
넓은 길이면 비켜 갈 수 있어. 근데 외나무다리는 한 사람 지나가기도 좁아. 둘 중 하나가 물러서거나, 싸우거나, 둘 다 떨어지거나. 선택지가 강제되는 자리야.
무협 작가 입장에선 이만큼 좋은 무대가 없어. 길게 설명할 것 없이 둘을 세워두기만 하면 긴장이 생기거든.
외나무다리 싸움은 무공도 달라져. 발 디딜 데가 좁으니까 보법을 못 써. 옆으로 피할 수도 없어.
마상 무공 얘기할 때 무공은 발에서 나온다고 했잖아. 외나무다리 위에선 그 발이 묶여. 그러니까 균형이 승부를 가려. 천근추 같은 버티는 무공이나, 경공으로 몸을 가볍게 하는 쪽이 유리해.
그리고 아래는 대개 낭떠러지나 급류야. 떨어지면 끝이지. 절벽 추락 얘기할 때 떨어지면 기연이라고 했는데, 외나무다리에선 대개 그런 행운도 없어.
잘 쓴 무협에선 외나무다리 장면이 꼭 싸움으로 안 끝나.
한 사람이 먼저 물러서. 칼을 거두고 뒤로 걸어 나가. 상대는 그걸 보고 멈칫해. 그 순간 둘 사이가 바뀌어. 이긴 쪽보다 비켜준 쪽이 더 커 보이는 장면이지.
객잔에 사이 안 좋은 손님 둘이 있어. 평소엔 서로 다른 탁자에 앉아서 안 마주쳐.
근데 어느 날 하필 좁은 계단에서 마주쳤어. 한 명은 올라가고 한 명은 내려오고. 둘 다 한참 서 있었지. 나는 부엌에서 숨죽이고 봤어. 결국 한 명이 벽 쪽으로 붙어서 비켜줬어. 다른 한 명은 고개를 살짝 숙이고 지나갔고.
그날 이후 둘이 가끔 눈인사를 해.
좁은 자리에서 원수가 마주친 장면 기억나면 들려줘. 거기서 누가 먼저 비켰는지가 궁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