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하나가 구파일방을 술술 대더라고. 그러다 세가 이름을 물었더니 두 개 대고 멈췄어.
이게 흔해. 문파 쪽은 정리해놓은 게 많은데 세가 쪽은 덜하거든. 근데 이쪽도 다섯 개뿐이야. 한 번에 끝내자.
먼저 이것부터. 문파는 배움으로 이어지고 세가는 핏줄로 이어져. 그래서 세가는 성씨가 이름에 그대로 박혀 있어.
여기서 바로 실마리가 나와. 세가 이름은 성씨 + 지역 또는 성씨 + 가(家) 로 돼 있어. 이름만 봐도 어느 집안인지 알 수 있게 만든 거야.
이름을 통째로 외우면 안 외워져. 뭘 쥐고 있는지로 잡아.
다섯이 겹치는 게 없지. 검 · 머리 · 독 · 도 · 야심. 일부러 안 겹치게 짜놓은 거야.
이것도 우연이 아니야. 이야기에 필요한 역할이 딱 그만큼이거든.
정통을 대표할 집안이 하나 있어야 하고(남궁), 판을 짜는 놈이 있어야 하고(제갈), 규칙을 안 지키는 예외가 있어야 하고(당가), 힘만 쓰는 쪽이 있어야 하고(팽가), 안에서 흔드는 놈이 있어야 해(모용).
여섯 개면 하나가 남고 네 개면 하나가 빈다는 거지. 구파일방이 아홉에 하나인 것도 같은 계산이야.
여기가 재밌는 대목이야. 문파는 사문이라 배분으로 정리가 되잖아. 세가는 집안이라 상속이 걸려.
누가 다음 가주가 되냐가 늘 문제야. 장자냐 제일 센 놈이냐. 사위로 들어온 놈은 어디까지 쳐주냐. 이게 그대로 갈등이 돼서 세가가 나오면 안에서 싸우는 얘기가 반드시 나와.
문파는 밖이랑 싸우고 세가는 안이랑 싸워. 이 차이만 알아도 세가 나오는 편의 절반은 미리 읽히지.
애매해. 둘 다 정파인데 결이 안 맞아.
문파는 산에 있고 세가는 마을에 있어. 문파는 도를 닦는다고 하고 세가는 장사도 하고 벼슬도 넘봐. 그래서 문파 쪽이 세가를 속물이라고 보고, 세가 쪽은 문파를 뜬구름 잡는다고 봐.
무림맹이 왜 항상 무능하냐는 얘기를 전에 했잖아. 이 둘이 한 지붕 아래 있어서 그래. 연합이 원래 안 움직이게 생긴 이유가 여기 있어.
작품마다 다섯을 다 쓰지는 않아. 두세 개만 나오고 나머지는 이름만 스치는 게 보통이야.
그러니까 다 외울 필요 없어. 구파일방 정리할 때도 둘만 알면 된다고 했잖아. 세가도 똑같아. 남궁이랑 당가 둘만 잡아두면 나머지는 나올 때마다 붙여도 돼.
어느 집안이 궁금한지 말해봐. 뭘 쥐고 있는지부터 얘기해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