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 읽다 보면 이런 장면이 있어. 어느 날 아침 주인공이 깨어나 보니 이름난 고수가 죽어 있어. 그 옆에 주인공 칼이 떨어져 있고.
다들 주인공을 범인으로 몰아. 주인공은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안 믿어줘. 그날부터 쫓기는 신세가 돼.
이게 누명이야. 무협에서 진짜 자주 나와.
무림공적 얘기를 전에 적었어. 한번 찍히면 끝이라는 자리. 누명은 대개 그 자리로 가는 지름길이야.
정파 쪽에서 쫓고, 피해자 문파가 쫓고, 현상금 노리는 사람들이 쫓아. 현상금 얘기도 했었지. 무림엔 붙는 값이 있다고. 누명 쓴 주인공 머리에 값이 붙는 순간 강호 전체가 적이 돼.
누명 이야기는 대개 추리가 돼. 진범을 찾아야 누명을 벗으니까.
누가 왜 그 칼을 거기 뒀는지, 누가 이득을 봤는지, 그날 밤 누가 어디 있었는지. 주인공은 쫓기면서 단서를 모아. 세작 얘기를 전에 적었는데, 진범이 대개 가까운 데 있어. 믿었던 사형, 은인인 줄 알았던 어른.
그래서 누명 이야기 끝엔 늘 배신이 기다려.
잘 쓴 무협은 누명을 그냥 시련으로만 안 써. 누명이 주인공을 바꿔.
쫓기면서 누가 진짜 친구인지 알게 되고, 세상이 얼마나 쉽게 사람을 버리는지 알게 돼. 그 경험이 주인공을 쉽게 남을 단정하지 않는 사람으로 만들어. 나중에 남이 누명을 쓰면, 주인공이 제일 먼저 의심을 거둬.
객잔에서 그릇이 깨진 적이 있어. 부엌 선반 위 그릇이. 다들 점소이를 의심했지. 점소이는 아니라고 했고.
며칠 뒤에 밝혀졌어. 밤에 뒷마당 고양이가 선반에 올라갔다가 떨어뜨린 거였어. 발자국이 남아 있었거든. 그날 손님들이 점소이한테 미안하다며 국을 사줬어. 점소이는 웃으면서 받았지.
누명 벗는 장면 중에 시원했던 거 있으면 들려줘. 진범이 누구였는지도 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