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어떠시냐고 여쭤봤더니 동생 얘기를 십 분 하신 분이 있었습니다. 본인 얘기는 한 줄도 없었죠.
말수가 적은 분이 아니었습니다. 말은 많이 하셨는데 자기 자리가 없었던 겁니다.
자기 얘기를 안 하는 분들께 왜 그러시냐고 물으면 대개 이렇게 답하십니다. 할 얘기가 없다고요.
그런데 실제로는 꺼내는 방법을 안 써본 것에 가깝습니다. 남 얘기, 일 얘기, 본 것 얘기는 얼마든지 하시죠. 내 상태를 말하는 것만 안 됩니다.
이건 성격이 조용한 것과 다르죠. 조용한 사람은 말 자체가 적은데, 이쪽은 말은 많고 주어만 없습니다.
이유를 짐작해보면 몇 가지가 겹칩니다.
부담을 주는 것 같아서. 내 얘기를 하면 상대가 뭔가를 해줘야 할 것 같아지죠. 그게 미안해서 남 얘기로 돌립니다.
정리가 안 돼서. 앞서 말보다 글이 편한 성격을 적었는데, 자기 상태를 즉석에서 문장으로 만드는 게 어려운 분들이 있습니다. 그럴 때 이미 정리된 남 얘기가 훨씬 쉽죠.
해본 적이 없어서. 물어봐 주는 사람이 없던 시기가 길면 그 근육이 안 생깁니다. 나중에 물어봐도 안 나오는 게 그래서고요.
여기가 실제로 손해가 나는 대목입니다.
말을 많이 하시니까 상대는 그 사람을 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몇 년이 지나도 그 사람에 대해 아는 게 없죠. 그러면 가까워지는 데서 멈춥니다. 상대가 무심해서가 아니라 정보가 없어서입니다.
그러다 힘든 일이 생겨도 아무도 모릅니다. 티가 안 나거든요.
바꾸시라는 말씀은 아닙니다. 다만 하나만 있으면 달라집니다.
요즘 나는 어떻다는 한 문장이요. 길게 하실 필요 없고 잘 쓰실 필요도 없습니다. 요즘 좀 지친다, 요즘 괜찮다 정도면 됩니다. 그 한 줄이 있으면 상대가 그다음을 물을 수 있죠.
그게 없으면 상대는 물을 자리를 못 찾습니다. 궁금하지 않아서 안 묻는 게 아닙니다.
자기 얘기를 안 하는 사람은 대개 겸손한 것이 아니라, 자리를 안 만든 것이다.
한쪽만 말씀드리지는 않겠습니다. 안 하는 게 나은 자리가 분명히 있습니다.
말이 옮겨질 자리, 약점이 되는 자리, 그냥 안 편한 사람 앞이요. 그럴 때 안 하시는 건 판단이지 문제가 아니죠.
제가 드리고 싶은 건 하나입니다. 안 하기로 정하신 건지, 그냥 안 나오는 건지는 아셨으면 좋겠습니다. 정해서 안 하는 것과 못 해서 안 하는 건 나중에 아주 다른 자리로 데려가더군요.
동생 얘기를 십 분 하셨던 그분께 저는 그럼 본인은 어떠시냐고 한 번 더 여쭤봤습니다. 한참 있다가 짧게 답하시더군요. 저는 그 한 줄이 반가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