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 창가 열람석에서 손님 한 분이 햇볕을 받으며 잠깐 졸다 깨셨습니다. 멋쩍게 웃으며 말씀하셨죠. 방금 아무 걱정이 없었어요. 그 짧은 몇 분이 이상하게 꽉 차 있었다고요.
그 말을 듣고 『차라투스트라』의 한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제4부에 있는 짧은 장입니다. 차라투스트라는 길을 가다 한낮의 햇볕 아래 포도 덩굴이 감긴 늙은 나무를 발견하죠. 그 아래 누워, 그는 잠이 듭니다.
그리고 잠결에 이렇게 속삭입니다. 조용히! 세계가 방금 완전해지지 않았는가?
이 장에서 가장 아름다운 대목은 이것입니다.
아주 작은 것, 가장 조용한 것, 가장 가벼운 것. 도마뱀의 바스락거림, 한 번의 숨, 한 번의 스침, 한 번의 눈길. 작은 것이 가장 좋은 행복을 이룬다.
앞서 영원회귀와 위버멘쉬 같은 무거운 생각들을 적어 왔는데, 그 모든 길 끝에서 차라투스트라가 만난 완전함은 이렇게 작고 고요한 순간이었던 거죠.
니체에게 정오는 특별한 시간이었습니다. 해가 가장 높이 떠서 그림자가 가장 짧아지는 때죠. 앞서 방랑자와 그의 그림자를 적었는데, 그 책의 끝에도 정오의 고요가 나옵니다.
그림자가 짧아진다는 건, 의심과 무거움이 잠시 물러나는 순간을 뜻하는 것 같습니다. 그 순간 세계는 더할 것도 뺄 것도 없이 완전해지죠.
완전함은 먼 정상에만 있지 않다. 한낮의 그늘에서 잠깐 숨을 고르는 자에게도 세계는 통째로 내려앉는다.
작은 순간을 알아차리십시오. 햇볕, 바람, 차 한 모금 같은 것들이요. 아무것도 하지 않는 몇 분을 허락하십시오. 앞서 쉬는 걸 미안해하는 마음을 다룬 글이 있는데, 그 몇 분이 하루를 채우기도 하더군요. 완전한 순간을 크게 기다리지 마십시오. 큰일이 이루어져야 오는 게 아니라, 이미 곁에 있는 걸 알아보는 데서 오는 겁니다.
그 손님은 그 뒤로 점심시간마다 그 창가 자리에 앉으셨습니다. 책을 펴 놓고 가끔 눈을 감으시더군요. 하루에 한 번은 세계가 완전해지는 시간을 만들기로 했다고 하셨습니다.
크고 무거운 날들 사이에도 정오는 옵니다. 저는 그 작고 고요한 순간을 놓치지 않고 알아보며, 제 하루 안에 완전한 몇 분을 스스로 만들어 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