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한 분이 책 한 권을 내밀며 냄새를 맡아 보라고 하셨습니다. 옆 동네에 새 도서관이 문을 열었는데, 그날 첫 대출자가 됐다고요. 아무도 넘기지 않은 새 책이라며 웃으셨죠. 개관 한 시간 전부터 줄을 섰다고 하시더군요.
손님들 말과 뉴스를 보면, 동네에 새 도서관이 문을 여는 날이면 개관 전부터 주민들이 줄을 서는 곳이 있다고 합니다. 앞서 작은도서관이 느는 이유를 적었는데,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에 도서관이 생기는 일은 동네에 큰 소식이죠.
개관 날 첫 대출자에게 작은 선물을 주거나, 회원증을 새로 만들러 온 사람들로 대출대가 붐빈다고 들었습니다. 방식은 곳마다 다르겠죠.
첫 대출자가 된 손님. 새 책 냄새가 좋아서 한참 서가 사이를 걸었다고요. 앞서 오래된 책 냄새를 다룬 글이 있는데, 새 책 냄새는 또 다르다고 하셨습니다. 아이와 함께 간 이웃. 어린이실이 넓어서 아이가 문 닫을 때까지 안 나오려 했다고요. 어르신 손님. 젊을 때는 도서관이 멀어서 못 다녔는데, 이제 집 앞에 생겼다며 매일 가겠다고 하셨답니다.
새 서가는 비어 있는 칸이 많습니다. 처음엔 그 빈칸이 허전해 보이지만, 사서들은 그 빈칸을 보며 설레죠. 그 동네 사람들이 무엇을 읽고 싶어 하는지에 따라 서가가 채워지니까요. 앞서 도서관에 신청되는 책이 쏠리는 이유를 적었는데, 새 도서관의 서가는 그 동네의 얼굴이 되어 갑니다.
다만 걱정도 하나 듭니다. 앞서 아파트 작은도서관 문 닫는 사정을 적었는데, 문을 여는 것만큼 오래 지키는 것이 어렵죠. 개관 날의 줄이 오래 이어지길 바라게 됩니다.
새 서가의 빈칸은 비어 있는 것이 아니라 기다리는 것이다. 그 칸은 그 동네 사람들이 읽고 싶은 것으로 채워진다.
그 손님은 그 새 도서관에도 다니고 저희 도서관에도 계속 오시겠다고 하셨습니다. 둘 다 내 서재라고요. 그 첫 대출 책을 반납할 때 꼭 첫 번째로 가서 돌려주겠다며 웃으셨죠.
새 서가가 문을 열 때마다 동네에 작은 불이 하나 켜집니다. 저는 그 불들이 오래 꺼지지 않도록, 이 서가에서도 누군가의 읽고 싶은 마음을 하나씩 채워 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