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 읽다 보면 같은 도시 이름이 자꾸 나와. 낙양.
무림대회가 열리는 데도 낙양, 큰 상단이 있는 데도 낙양, 주인공이 처음 강호를 구경하는 데도 낙양. 나는 처음에 작가들이 그 도시를 좋아하는 줄 알았어.
이유가 있더라.
낙양은 중국에 실제로 있는 도시야. 여러 왕조가 도읍으로 삼았던 데라고 하더라. 오래되고 크고 사람이 많은 도시지.
무협 시대 배경은 아무도 확인 안 한다고 전에 적었는데, 낙양만큼은 어느 시대에 놓아도 큰 도시야. 그러니까 무협이 쓰기 편해. 언제든 사람 많고 돈 많고 소문 많은 데로 둘 수 있거든.
무협 지도는 세 덩이만 알면 된다고 했잖아. 낙양은 그중 중원 한복판이야.
동서남북 어디서 오든 지나가기 좋은 자리야. 그래서 사람이 모이고, 사람이 모이니까 일이 생겨. 정파도 사파도 상단도 표국도 다 거길 지나가.
이야기 쓰는 쪽에서 보면 이만큼 좋은 무대가 없어. 누구를 만나게 하고 싶으면 낙양에 데려다 놓으면 돼.
무협에서 낙양이 나오면 객잔 장면이 꼭 따라와. 큰 주루, 뒷골목 객잔, 성문 앞 찻집.
이 얘기를 객잔에서 했더니 손님들이 나를 동정했어. 거기 객잔은 우리보다 몇 배는 바쁠 거라고. 맞는 말이야. 사람 많은 도시 객잔은 싸움도 몇 배로 날 거고.
나는 우리 객잔이 낙양에 없어서 다행이라고 했어. 다들 웃더라. 무협 주인공은 낙양을 좋아하지만 객잔 주인은 아닐 거야.
무협 주인공은 대개 산에서 내려와서 처음 큰 도시를 만나. 그게 낙양인 경우가 많아.
거기서 세상이 얼마나 큰지 처음 알고, 처음 사기를 당하고, 처음 인연을 만나. 그러니까 낙양은 강호에 들어가는 현관 같은 데야.
무협 도시 중에 이름이 자꾸 눈에 밟히는 데 있으면 알려줘. 거기 객잔은 어떨지 같이 상상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