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둘이 같은 걸 하고 싶어 하는 눈치였어. 그런데 누가 할지를 서로 미루기만 하더라고.
한참 그러다 결국 아무도 안 했어. 나는 그게 좀 아까웠어.
단골 얘기로는 다들 그렇대. 겨루면 지는 쪽이 생기니까 아예 안 정한다는 거지. 뉴스에도 비슷한 얘기가 나온다고 하고. 나는 왜 그런지는 몰라. 객잔에서 본 것만 적을게.
이게 재밌는 대목이야. 무협 읽어보면 뭘 내기로 정하는 장면이 아주 많아.
누가 먼저 갈지, 누가 값을 낼지, 누가 그 일을 맡을지. 말로 정하는 게 아니라 겨뤄서 정해. 술을 걸기도 하고, 한 수 겨루기도 하고, 아예 던져서 정하기도 해.
강호엔 판사가 없다고 내가 여러 번 말했잖아. 정해줄 사람이 없으니까 정하는 방법을 따로 만들어둔 거야.
여기가 핵심이야. 무림에서 내기를 왜 그렇게 쉽게 하냐면, 져도 별로 안 잃어서야.
세 번째가 중요해. 내기가 끝나면 그걸로 끝이야. 진 걸 계속 들추면 아무도 안 걸잖아.
한쪽으로만 몰지는 않을게. 무협에서 크게 거는 내기는 대개 안 좋게 끝나.
무공을 걸거나, 문파를 걸거나, 목숨을 걸거나. 비무와 생사결이 다르다는 얘기를 전에 했잖아. 걸린 게 커지면 그건 내기가 아니라 생사결이 돼.
그래서 무림인들은 걸 것부터 정해. 뭘 걸지를 먼저 말하고 시작하지. 그게 정해져 있어야 끝나고 나서 다투지 않으니까.
아까 그 손님 둘로 돌아가자. 지는 게 싫어서 안 겨루면 어떻게 되냐.
아무도 안 해. 둘 다 하고 싶었는데 결국 아무도 안 했잖아. 지는 사람이 없는 대신 하는 사람도 없는 거지.
이게 무림맹이 왜 항상 무능한가랑 같은 자리야. 아무도 안 정하면 아무 일도 안 일어나. 정해지는 게 손해가 아니라 안 정해지는 게 손해인 자리가 있어.
그 손님들한테 나는 술 한 잔 걸고 정하라고 했어. 그러니까 웃으면서 하더라고.
크게 걸면 못 하고 안 걸면 안 정해져. 그러면 작게 거는 수밖에 없어. 무림인들이 술값을 그렇게 자주 건 게 그래서였던 것 같아.
정해야 할 게 있으면 말해봐. 그거 정하는 방법은 여럿이야. 여기서 걸고 정해도 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