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은 사람이 많이 쓰러지는 장르야. 최애 사망 얘기를 전에 적었지. 무협은 원래 사람이 사라지는 장르라고.
근데 쓰러지는 장면만 있는 게 아니라 보내는 장면도 있어. 이름난 고수가 떠나면 문파와 강호가 그를 어떻게 보내는지.
오늘은 그 보내는 쪽 얘기를 조심스럽게 해볼게.
고수가 떠나면 먼저 문파가 상을 치러. 제자들이 흰 옷을 입고, 사당에 위패를 모셔.
그리고 강호 곳곳에 부고를 보내. 영웅첩 얘기할 때 여럿을 부르는 종이가 있다고 했는데, 부고도 그렇게 돌아. 소식을 들은 문파들이 조문을 와.
그러니까 무림 장례는 강호가 한자리에 모이는 날이기도 해.
무협 장례에서 자주 나오는 장면이 있어. 생전에 원수였던 사람이 조문을 와.
다들 긴장해. 싸움이 날까 봐. 근데 그 사람은 조용히 향을 올리고 절을 하고 가. 살아서는 칼을 겨눴지만 죽은 사람 앞에선 예를 지키는 거야.
나는 그 장면이 무협에서 제일 좋아. 협이 대체 뭐냐는 얘기를 전에 적었는데, 갚는 거라고. 원수의 조문은 마지막으로 갚는 예의야.
장례가 끝나면 남은 사람들 이야기가 시작돼. 의발을 누가 잇는지, 남긴 무공을 누가 받는지.
의발 얘기를 전에 적었어. 물려준다는 게 뭘 준다는 거냐고. 장례는 그 물려줌이 실제로 일어나는 자리야. 떠난 사람의 빈자리를 누가 어떻게 채우는지가 다음 이야기를 정해.
얼마 전에 오래 오던 단골의 부고를 들었어. 손님 하나가 전해줬지.
그날 손님들이 그 사람이 늘 앉던 자리를 아무도 안 앉았어. 내가 비워달라고 한 적도 없는데. 빈 상 얘기를 전에 적었었지. 아무도 안 앉는 자리가 왜 있는지 나도 모른다고. 그날은 알았어.
누군가를 보내는 장면 중에 마음에 남은 게 있으면 천천히 들려줘. 객잔은 그런 얘기도 들어주는 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