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계산하면서 지갑 안쪽을 손으로 가리더라고. 뭘 숨긴 것도 아닌데.
나는 그게 오래 남았어. 누가 볼까 봐가 아니라 그냥 습관 같았거든.
단골 얘기로는 요새 돈 얘기를 아예 안 한대. 얼마 버는지도, 얼마 남았는지도. 뉴스에도 그런 얘기가 나온다고 하고. 나는 왜 그런지는 몰라. 객잔에서 본 것만 적을게.
이게 재밌는 대목이야. 무협 읽어보면 인물들이 돈 얘기를 꽤 대놓고 해.
길 떠나기 전에 노잣돈을 챙기는 장면이 그냥 나와. 얼마 남았는지 세어보고, 모자라면 말하고, 빌리기도 해. 부끄러워하는 장면이 거의 없어.
객잔에서 은자를 상에 탁 올려놓는 것도 그래. 값을 치르는 게 당당한 동작으로 그려져.
왜 안 감추냐면, 무림인한테 돈이 체면이 아니라 계산이라서 그래.
떠도는 놈은 집이 없잖아. 그러니까 주머니에 남은 게 곧 며칠을 더 버틸 수 있느냐야. 그걸 모르면 어디까지 갈지를 못 정해.
세 번째가 실제로 무협에 자주 나와. 돈이 없다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그냥 조건인 거야.
무협에서 돈 때문에 일이 꼬이는 장면은 대개 감췄을 때 나와.
같이 길을 가는데 한쪽이 돈 없다는 말을 안 해. 그러다 산속에서 바닥이 나. 그러면 둘 다 곤란해지지. 미리 말했으면 다른 길로 갔을 텐데.
그래서 무림인들은 출발 전에 서로 확인해. 얼마씩 있냐고. 감추면 같이 가는 놈까지 위험해지니까 그게 예의였던 거야.
요새는 그 반대인 것 같아. 손님들 얘기 들어보면 이유가 대충 이래.
없다고 하면 걱정 끼치는 것 같대. 있다고 하면 자랑 같고. 그래서 아예 말을 안 하는 게 제일 안전하다는 거지.
나는 그게 이해가 가. 근데 그렇게 되면 모자란 사람이 제일 늦게 말하게 돼. 다 쓰고 나서야 말하니까 그때는 이미 손쓸 데가 없어.
이 얘기를 사람들이 인색해졌다는 쪽으로 몰고 가고 싶진 않아. 나는 그렇게 안 봐.
오히려 남한테 부담 주기 싫어서 그러는 거잖아. 지갑을 가리는 것도 자랑 안 하려는 쪽에 가까워 보였고. 마음이 나빠서 그런 게 아니야.
다만 강호에선 그걸 반대로 풀었더라고. 서로 말하는 게 부담을 나누는 방법이었어. 신세 지는 게 인연의 시작이라고 무림인들이 그랬던 것도 같은 결이지.
지갑을 가리던 그 손님한테 나는 아무 말도 안 했어. 물어보면 그게 더 불편할 테니까.
대신 이건 말해두고 싶어. 객잔은 원래 값을 나중에 받는 데였어. 먹고 자고 나서 계산하는 거지. 그게 되는 이유는 강호가 좁아서이기도 하지만, 오늘 없어도 다음에 있을 수 있다고 치기 때문이야.
돈 얘기 꺼내기 어려우면 그냥 앉아 있어도 돼. 여긴 그거 안 물어봐.